(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 단추일 뿐이다. 한은은 금통위 이후에도 계속해서 추가 인상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제 '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란 멘트도 주저하지 않는다. 금융시장은 추가 인상 시기가 10월이냐, 11월이냐 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인가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 시기보다는 인상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고, 현재 0.75%의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에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정상화에 이은 통화 긴축으로의 전환 시점이 집값 등 자산가격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지금의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여건이라는 경제주체들의 인식이 더 많아서다. 한은의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억제책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계속되는 건 경제주체들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금융당국의 세밀한 거시건전성정책과 맞물려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는 한 집값을 잡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은은 아직 긴축 전환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강력한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 9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의 경제지표 영향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금융불균형 관련 지표다. 과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은 1차 연도에 각 0.4%포인트 떨어졌다고 했다. 금리인상이 경기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1차 연도 국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경기 위축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에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따른 채권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분석자료도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담겼다. 금리 인상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오히려 외국인의 채권자금 순유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5년 이후 한미 금리차가 크게 확대된 세 차례 시기를 분석한 결과다.

한은의 추가 인상 논거와 별개로 금통위원들의 판단이 더 중요하겠지만, 대부분 위원도 한은의 스탠스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강성 매파 고승범 위원의 이탈에도 다른 네 명의 금통위원들이 금리 정상화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한은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와 매파 위원이 다수 포진한 금통위 지형,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정책 공조 강화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추가 인상의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세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세계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헝다그룹 발 위기 심리는 연휴를 지나면서 한층 약화한 분위기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꺾을 만한 변수는 많지 않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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