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먼 모멘트'(Lehman moment)란 하나의 대형 기관이나 국가에서 발생한 혼란 또는 위기가 다른 나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일컫는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 리먼과 거래 관계가 있는 주요 금융 기관들에 전염 효과가 발생한 데서 유래했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가 부상하며 중국판 리먼 모멘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헝다 위기가 리먼 모멘트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많은 부분에 걸쳐 대출 기관이 파산해야 하고, 부동산에서 시작된 신용 문제가 급속도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은행 간 자금조달 시장에서 은행들이 서로 마주치려는 것도 피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위기 대응과 관련해 일련의 정책적인 실수를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헝다 그룹 이슈는 리먼 모멘트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진정한 리먼 모멘트는 이번과는 매우 다른 규모의 위기라는 게 이 은행의 설명이다.

실제 리먼 브러더스 붕괴 당시 세계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시장 붕괴와 크레디트시장의 몰락이 촉발됐고, 세계 정책 당국은 비상 대응 조치에 나섰다.

바클레이즈는 지금까지 헝다 그룹 사태와 관련해 '여파'(spillovers), '전염'(contagion)과 같은 경제학적 용어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NBC는 "헝다 그룹이 리먼 브러더스와 차별되는 이유는 우선 그들이 보유한 자산의 차이에 있다"며 "헝다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지만, 리먼은 금융자산을 보유했다"고 분석했다.

ING는 "헝다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지만, 체계적 위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솔직히 약간 과장됐다"며 "이것은 리먼도 아니고, 그렇다고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도 아니다"고 말했다.

LTCM은 1990년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급격한 손실을 입어 파산한 미국계 헤지펀드다.

매쿼리도 "리먼 파산은 금융파생상품의 붕괴를 초래해 시장이 다른 은행들의 건전성까지 의심하게 했다"며 "헝다 사태는 주택 가격을 폭락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땅값은 금융상품보다 더 투명하며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경제부 권용욱 기자)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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