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국면 진입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천8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국제기구 등에서 과대 부채비율을 판정하는 임계치를 20%P(포인트)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가계부채를 축소했으나, 한국만 25.4%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권호현 변호사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1천800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를 정의할 때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비교하고 있다"며 "선진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2018년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규모는 2천322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국제기구 등은 과대 부채를 판정하는 임계치로 2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파악된 경제조직 등에 존재하는 재화 전체의 양을 기준으로 GDP 대비 60~90% 정도, 세계경제포럼(WEF)은 가계부채를 GDP 대비 부채잔액 75%,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20%를 임계치로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2018년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5.4%포인트 증가한 97.7%에 달한다"며 "WEF 기준의 채무부담 임계치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으로, 이미 2018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위험 임계치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OECD 주요 국가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 2007~2018년 사이 미국은 22.3%, 스페인 22.5%, 독일 8.2%, 영국 5.1%, 일본 0.6% 등 가계부채를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 변호사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그 증가폭이 줄어들다가 상승 반전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임계치를 넘어선 수준으로, 소득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아 채무 상환능력이 현격히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가계 소비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제한되면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이들 자영업에 귀속된 노동자들의 처우 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누적은 침체일로인 경기가 살아나거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현실화해 금리가 인상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가계 부실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실물의 위기가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과잉대출 금지법 등을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금융의 기본원리가 경기상황과 정부 성향에 따라 훼손되지 않도록 법률로써 연소득 대비 총부채 상환 원리금(DSR)의 규범적 근거를 마련하고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과잉대출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가 폭탄이 돼 우리 경제를 파탄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DSR의 기초가 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발제를 통해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자산시장의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증가는 은행권 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2019년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도 2020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했고 특히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빠르게 상승해 채무 상환능력이 금리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정에서 신흥국 및 일부 주요국의 긴축발작과 위기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자산가격조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어 가계부채 총량·속도·질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부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의 질 관리와 상환능력 범위의 대출관행 정착, 예측성과 실효성을 담보한 지속적 주택공급 전략, 통화·금융정책 정상화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책 마련 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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