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작 서울채권시장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 및 자영업자 손실보상 패키지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재정자금이나 추가경정예산을 수반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여당은 필요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과세수분을 내년으로 납부 유예한다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지만, 10조~1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5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패키지와 관련해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예산만으로 필요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예산을 새로 편성하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채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00년 말 42조6천억원에 그쳤던 국고채 발행잔액은 작년 말 726조8천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0월 말에는 841조9천억원을 넘었다. 발행잔액만 보면 20년 사이 20배 이상 늘었다. 연간 국고채 발행량도 2000년에는 15조원 정도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에는 175조원을 웃돌았다. 국채시장이 연간 100조원 정도의 재정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과 국내외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채권시장이 들썩이고 각종 금리도 함께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대선에서 여야 어느 쪽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 관련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규모 재원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세출입조정이 이뤄지더라도 당초 예정된 물량보다 더 늘어난 국고채가 발행될 게 뻔해졌다. 국내외 경제 여건 변화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정치 이슈에 노출되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채권 수급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채권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정자금을 조달하는 데 보다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 금리도 높아진다. 기업들도 더욱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질 게 뻔하다.

국채시장은 재정자금을 마냥 조달할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쉽사리 회복하기 어렵다. 이는 남미나 남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입증됐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각국은 통화정책에 이어 재정정책 정상화를 서서히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급증한 국가채무를 관리하며 재정건전성도 살피겠다는 취지다. 대선에서 표심만 의식해 우리나라만 글로벌 기류에 역행한다면 정작 필요할 때 시장에서 제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기업과 가계를 위해서라도 국채시장의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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