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또 갈등이 시작됐다. 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재정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사자다. 이번에도 돈과 관련된 예산편성과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초과세수 등이 문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일 올해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세입예산에 잡지 못한 것은 재정당국의 책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세입이 과소추계됐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충돌은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너무 많이 걷힌 데서 촉발됐다. 세수가 더 걷혔으면 정책당국 입장에서 나쁠 게 없을 텐데,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 부총리와 기재부 때리기에 나선 것은 그동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당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보다 확장적인 편성을 주문했다. 그럴 때마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게 사실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초과세수가 이렇게 많은데도 사사건건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딴지를 걸었던 홍 부총리가 괘씸할 수도 있다. 기재부가 세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그 예산을 국민께 돌려주지 못했고, 이것에 대해 추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간 씀씀이를 정할 때부터 세수가 펑크나는 것보다 남는 식으로 운용하려는 재정당국의 보수적인 전망을 고려해도,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세수 전망 오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상 기재부가 이번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여당의 홍남기 때리기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선 후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도 십분이해된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화끈하게 도와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피력할 순 있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과 정부가 협력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정조사를 운운하며 갈등을 드러내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취임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추경안을 편성하고 집행한 홍 부총리와 기재부에 왜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하지 않았냐고 질책하는 것도 국민의 입장에선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사실 재정자금의 용처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국고를 책임지는 기재부의 수장이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의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예상을 넘어선 세수도 따져보면 당정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편 결과, 그만큼 경제가 좋아진 데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통상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할 때 세출과 비교해 세입이 모자라면 불가피하게 국고채를 발행해 재정자금을 마련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이 예상보다 늘어나면 그만큼 빚을 덜 내는 게 순리다. 그런데 빚은 그대로 내면서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마치 공돈인 양 다른 용도에 사용하겠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주요한 정책을 넣고 매번 여당과 정부가 갈등을 보이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볼썽사나운 충돌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특정인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경우 그 손해는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당정의 입장에서도 제살깎아먹기에 불과하다.

여당의 생각처럼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국민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국가가 거둬들인 세수를 국민에게 더 많이 돌려준다고 선거에서 표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무리하게 돈을 푼다는 인식이 커지면 여당의 기대와 다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당정도 불필요한 갈등을 마무리하고 민생과 경제에 진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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