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5일 열리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25bp(베이시스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한은 집행부와 대다수 금통위원의 매파적 스탠스가 흔들림이 없다는 게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이라는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도 충족됐다. 19일 연합인포맥스가 공개한 전문가 설문에서도 참여자 15명 모두가 11월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금통위가 예상대로 이달 금리를 올리면 기준금리는 1.0%가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어닥치기 직전의 기준금리 1.25%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제주체들이 체감상 느끼는 한은의 기준금리 수준은 이미 1.50%를 웃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해 급등했고, 은행 등 대출 금리는 그 이상으로 치솟았다. 집값이나 주가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점진적인 금리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금리인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금리 인상의 부작용까지 고려해 통화당국이 정상화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어서 한국금융연구원도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점진적' 정상화에 방점을 뒀다.

한은 안팎에서 감지되는 집행부의 속내는 여전히 강성 매파 성향이 압도적인 분위기다. 이달 금리 인상은 당연한 일이고, 내년 1월과 2월 중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코로나 직전 수준인 1.25%까지는 일단 올려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한은 내부에 짙게 깔려 있다. 한은이 긴축으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밝혀왔던 만큼 그 이상의 기준금리 수준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한은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도 금리 정상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거라 예상되는 건 그들의 자신감이 넘쳐나는 데서 우선 찾을 수 있다. 한은의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비교해 다분히 선도적인 행보였다. 한은은 이에 앞서 5월께부터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급등이라는 금융불균형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꾸준하게 냈다. 이주열 총재는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이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한은은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만 해도 미 연방준비제도(Fed)나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일시적' 물가 상승에 방점을 뒀다. 특히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내세운 연준은 물가 상승 추세를 애써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초과를 허용하겠다는 연준의 유보적 입장은 물가 쇼크로 이어졌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올라 30여 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연준의 물가 전망이나 후속 대응은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가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한은 측도 역시 연준의 물가 판단이 틀렸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이후 꾸준하게 금리 인상 시그널을 제시했고, 이어진 후속 절차도 순항 중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정책 방향이나 일관성 있는 대응에 스스로 뿌듯해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뼛속부터 매파'라고 평가받는 한은맨의 기질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 보는 이유다.

기준금리 최종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몫이지만, 한은 집행부의 정상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11월 이후 내년 1월 연속 인상의 가능성도 크게 열려있다고 본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0월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점진적' 표현을 '적절히'로 바꿨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연속적인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시장의 해석을 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1월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이 총재와 금통위가 제시하는 시그널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