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놓고 세금폭탄 논란이 뜨겁다. 올해분 종부세 고지 인원에 다수의 1세대 1주택자를 포함해 94만7천명에 이르는 데다 세액도 지난해보다 3조9천억원 많은 5조7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종부세 납부자 1명이 내는 평균 세액도 작년 270만원에서 602만원으로 약 332만원 늘었다.

종부세를 놓고 세금폭탄 논란이 뜨거운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정부의 정책실패가 촉발한 부동산 가격폭등에 애먼 실수요자에 속하는 1주택자들마저 종부세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기간의 미실현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게 맞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1세대 1주택자는 13만2천명 정도이고, 이들에게 고시된 세액이 2천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세금폭탄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측면이 크다. 더욱이 세 부담 상한을 작년의 1.5배로 적용했고, 고령층에 대해서는 장기보유공제와 함께 최대 80%까지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정부도 1세대 1주택자 중에서 72.5%는 시가 25억원 이하자로 평균 세액도 50만원 수준에 그친다면서 종부세 '폭탄'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8년 기준으로 0.1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하면 미국이 0.99%에 달하고 영국 0.77%, 캐나다 0.87%, 일본 0.52% 수준이다.

더욱이 전반적인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등이 근로소득세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이 6%까지 인상되면서 징벌적 과세라는 불만이 나오지만, 정작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의 최고세율은 이보다 월등히 높은 45%를 적용받는다. 결국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고 자산 양극화현상만 심화시키는 구조인 셈이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 94만7천명은 월급쟁이들의 꿈으로 통하는 연간급여 1억원을 넘는 '억대 연봉자' 숫자 85만2천명(국세청 2019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기준)보다 많다. 세율이 높은 근로소득보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미실현소득이나 각종 자본소득이 부의 조건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자본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주식·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이익에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가 논의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거대한 불평등'이란 제목의 저서에서 "투기꾼들에게 부과되는 세율이 생계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세율보다 훨씬 낮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투기거래에 대한 세금이 낮아질수록 투기거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사람과 재화가 세금이 낮은 투기판으로 몰리는 건 당연하다. 최근 논의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이연이나 종부세 및 양도세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자칫 투기를 조장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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