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 한 해 은행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경쟁력 있는 대출금리와 게임적 사고를 결합한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 상품으로 이용자를 휩쓸었지만 올들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가장 큰 역풍을 맞았다.

토스뱅크는 최근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 2% 금리를 준다는 파격으로 고객몰이를 한 지 두 달 만이다.내년부터 토스뱅크 통장·토스뱅크 모으기 등 수시입출금상품의 경우 1억원 이하 예금에만 연 2%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 2%에서 0.1%로 금리를 대폭 낮췄다.

토스뱅크는 체크카드 캐시백 혜택 조건도 높였다. 캐시백 지급 최소 결제금액 기준은 300원에서 3천원으로 늘어난다.

토스뱅크가 갑자기 혜택을 축소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영향이 컸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대출 목표치가 약 1주일 만에 소진되자 이후부터는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부 규제로 더 이상 대출 취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연 2%대의 수신금리를 받고자 하는 수요는 이어지는 탓에 소위 '역마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된 것이다.

올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카카오뱅크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기조 강화에 따라 체질 개선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이자를 지원한 반면 본래 주요 고객이었던 고신용 고객에 대해서는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마이너스통장 미사용 시 한도를 조정하는 기준인 '한도소진율'도 50%로 안내했다. 통상 여타 시중은행이 10~20%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금융당국이 같은 정책을 펼쳐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응하는 정책의 '진폭'이 시중은행들보다 큰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 없는 조치라고 하더라도 은행 고객 특성상 정책에 급변동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고객이 몇이나 되겠냐"며 "은행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인데 이런 식으로 신뢰가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고객을 보유해나가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이 짙은 만큼 고객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를 이용해 온 '경영상 판단'이 유동성 관리를 소홀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연 2% 통장'의 경우 출시 이전부터 안팎으로 해당 상품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는 연 0.1%대로 토스뱅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금융당국 역시 해당 상품을 두고 유동성 관리에 대한 당부를 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6월 인가 당시에도 앞선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 달리 자본확충과 관련한 부대조건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고객을 많이 확보한 다음에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통상 플랫폼 기업의 성장 히스토리"라면서 "토스뱅크도 그러한 전략을 추구했겠지만 대출규제 등으로 정책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안일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에 등장한 이후 혁신에서도 진폭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 조건까지 크게 흔들리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반문하고 싶다.

내년에도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출규제라는 큰 산을 만난 인터넷은행이 혁신과 함께 신뢰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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