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과정에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이른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재현되는 것일까.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사하고 나섰음에도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단기금리를 위주로 시장금리가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장기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의 현실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미국 국채금리는 장기금리를 위주로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중에 과도하게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장단기금리 차이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는 지난 10월 중순께 130bp 수준에서 전일 87bp 수준까지 줄었다. 국고채 20년물 금리가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하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3년과 10년 국채금리 차이가 100bp 수준에서 50bp 정도로 축소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단락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했던 채권금리가 조정국면을 거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향후 경기회복도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만 놓고 봐도 향후 경기국면 및 전환점을 예측하는 데 이용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6월 단기 고점을 기록한 이후 7월부터는 4개월 연속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수에만 기댄 지나친 쏠림현상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보다 강조하며 테이퍼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한국은행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이다. 오미크론 변수만으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스탠스 변화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진정될 때까지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면서 건너는 식의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채권시장의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강해질수록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 중앙은행들 또한 정책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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