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 벽두부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치솟고(채권가격 하락) 주식가격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물가 급등세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전개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고 앞으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속력을 내고 조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말 연 1.51%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주말에는 1.77%까지 올랐다. 올해에만 벌써 0.26%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통상적으로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폭 0.25%포인트를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단지 미국 금융시장이나 자산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 한국은 물론 신흥국의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다양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9일 내놓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 등 다수 위험요인이 상존한다"면서 "생산 및 물류 차질과 원자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대다수 핵심 지표들의 개선 추세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코스닥을 위주로 주식시장의 조정폭이 깊어지고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을 웃돌기도 했다. 특히 채권금리는 국고채 10년물을 기준으로 작년 말 연 2.25%에서 지난 주말 2.458%로 0.2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저점인 연 2.099%와 비교하면 0.36%포인트나 치솟았다. 연초부터 한국 주식과 채권, 통화가치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가 전개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추경 관련 수급 불확실성이 가세하며 채권 매수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글로벌 투자자금도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이나 금융 안정성이 취약한 신흥국을 위주로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팬데믹 과정에서 전개된 초저금리 시대의 종결과 더불어 글로벌 자금이동에 변화를 촉발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과 함께 국내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와 대응책 마련도 필요해졌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하기도 어렵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각국의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제 코가 석 자인 셈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기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주말 개최됐던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통화정책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 긴축만이 통제를 벗어난 경제과 속을 해결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이나 이에 따른 글로벌 자산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기와 물가, 외국인 투자자금 이동에 주목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팬데믹 극복과정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향후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다른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경제정책이나 투자전략 모두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