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스터 추'가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근무 당시 선배 관료들에게 미스터 추라 불리며 이쁨을 한 몸에 받았던 그다. 재선 국회의원 타이틀의 비중있는 정치인이 되기는 했지만, 뼛속부터 금융과 시장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는 정통 관료의 복귀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크다.

경제 사령탑의 다른 한축인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 후보자와도 인연이 깊다. 196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에서 일을 같이했다. 이 후보자가 2008년 먼저 부위원장(차관)에 임명됐고, 추 후보자는 이듬해 금융정책국장의 보직을 받았다. 당시에는 학계 출신인 이 후보자가 상급자였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직업 공무원)'의 관계는 껄끄럽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어공이 늘공보다 위에 있을 때는 종종 심각한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 예우하면서 관계가 좋았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소탈한 성품에다 자신을 낮추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고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이미 친분이 있는 양대 경제수장이 한 목소리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느 때보다 한은과 정부의 세밀한 정책 조합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 10일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의 만남이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자도 "물가 안정만을 목표로 독립성을 강조해온 중앙은행의 역할이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은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데, 새 정부는 수십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한은은 통화긴축, 정부는 확장재정이란 엇박자의 수순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이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경기회복과 물가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한은과 기재부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끌어내야 한다.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두 후보자의 역할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 금리 발작의 후폭풍을 경험하고 있듯이 금융시장 안정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역대 수장들과 비교해 시장에 매우 눈 밝은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추경호 후보자는 금융당국의 컨트롤타워 격인 금정국장을 지내면서 금융위기의 파고를 온몸으로 뚫어낸 경험을 갖고 있다. 기재부 1차관 재직 시절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충격을 경험하기도 했다. 금리 급등기에 국채 물량 조절 등을 진두지휘하며 시장 안정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창용 후보자 역시 금융위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금융위기의 시작과 끝을 같이 했다. 학계에선 대표적인 채권시장 전문가로 꼽혔던 인물이다. 주력 연구 영역이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분야인데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 시절에는 한국채권연구원에 몸을 담기도 했다. 시장금리의 급등락이 거시경제는 물론 가계부채, 금융시스템 등 미시 영역으로까지 퍼지는 파급 효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만큼 적재적소의 대책을 제시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시장 안정에 대한 그의 의지는 이날 공개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후보자는 국고채 단순매입 등의 시장 안정책은 한은의 책무라고 공식화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금융안정이라는 법적 책무를 수행하는 한은의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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