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IMF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다. 부의 양극화 심화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약화시킨다. 결국 국가가 쇠락의 길로 가게 된다.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도 줄어들고 한국처럼 자원 없이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에도 생산성 추락이라는 독소를 키운다. 사회정치적인 갈등도 심화시켜 국가 시스템도 위험에 처한다.

우리 사회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주의 부작용이 나타난 지 오래됐다. 임금이 높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충분한 교육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지방의 저소득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고소득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즉 기회의 평등이란 고상한 원칙이 현실에서 지켜지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 논리가 현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어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은 중산층 전성기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시기 기업의 이익상승률과 소득 명목상승률은 매우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소득을 잣대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본다.

우리나라 중산층 비율은 1990년 무려 75.4%에 달했는데 IMF 사태 1차 중산층 몰락 후 2005년 69.2%, 2015년 67.9%, 2016년 66.2%, 2017년 63.8%, 2018년 60.2%, 2019년 59.9%로 하락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오류를 더는 범할 여유가 이제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OECD가 제시한 기준으로 중산층을 산정하는데 그 규모를 과장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정부와 OECD 기준으로는 중산층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천160원으로 연봉 기준 2천297만원 수준이다. 이는 중위소득 50~150% 구간에 포함되는데 이 정도의 연봉으로 결혼, 출산, 육아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소득 양극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수로 P90/P10 배율이 더 적절하다. OECD는 소득 상위 10% 선에 걸친 값(P90)을 소득 하위 10% 선에 걸친 값(P10)으로 나눈 배율(P90/P1)을 국가별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배율이 상승할수록 소득불평등도는 높아진 것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5.5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 등 4개국 밖에 없다.

지난 2019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피해는 대부분 저소득층, 자영업,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에 직격탄을 가했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 배율은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심화를 논할 때 토지자산과 주택자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토지를 통한 부의 증식을 도모하는 한국형 부동산 자본주의가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는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의 이익과 소득이 발생한 것을 과거부터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18년에 가계와 기업(금융법인제외)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6천103조원으로 2008년 3천547조5천억원에 비해서 무려 1.72배 증가했다. 2012년 기준으로 개인 토지의 경우 상위 1%가 전체의 55.2%를, 상위 10%가 전체의 97.6%를 보유했다. 법인 토지는 상위 1%가 전체의 77%를, 상위 10%가 93.6%를 보유했다. 극소수의 소득 상위 10% 집단과 대기업들이 토지자산의 대부분을 독점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49년 시행된 토지개혁은 전 국민에게 희망과 발전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한국이 최빈국에서 세계 10위 GDP(국내총생산) 선진국으로 성장하게 한 근원적인 에너지를 제공했다. 반면 현재의 양극화 심화는 온 나라에 절망과 포기를 만연하게 한다. 초저출생율도 이에 기인한다.

새 정부는 과거 25년간의 보수와 진보 모든 정권의 정책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세제를 개혁하고 재정 견실화를 통해 재정 운용을 혁신하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실행해야 한다. 참된 부국으로 성장하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지도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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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KCGI 파트너/글로벌부문 대표)
(이승훈 ㈜KCGI 파트너/글로벌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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