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석열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곧 물러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물가 현상에 대해 반성문을 썼다. 홍남기 부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자물가가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사실상 고물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8% 상승했다. 지난 2008년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렇다 보니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0%로 전망했다. 월간 소비자물가가 5%대 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늘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 등 전반적인 경제 환경도 물가에는 부담이다. 고유가는 석유류와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 상승세는 해외 부분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국내에서 한층 더 가중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이 수요 측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4월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하면서 2009년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인 근원물가도 3.6%나 올랐다. 최근 고물가 현상을 단순히 비용 측면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물가안정을 정책목표로 하는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도 공급 충격의 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맞물려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과 같은 2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물가 기대심리 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문제는 당장 고물가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정책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완화 3종 세트 등의 조치를 통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나, 당분간 물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압력이 앞으로도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새로운 정부의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도 주초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서민물가 안정과 대외부문 충격의 국내 영향 최소화 등을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각종 대출 규제조치의 완화, 약 209조원의 추가적인 재정자금 투입 등을 함께 제시했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은 물가 상승압력을 가중할 게 뻔하다. 지금처럼 다양한 리스크와 직면한 시점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금융정책 등의 조화로운 정책조합이 절실한 이유다.

아무리 돈을 풀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가계의 소득을 늘린다 한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물가에 미칠 부담 등을 이유로 정치권의 재정지출 확대에 극구 반대했으나, 결국 고물가에 대해 반성문을 썼다. 아무쪼록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로 경제부총리가 반성문을 쓰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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