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된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고, 공시 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런 조치는 그동안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게 과연 소비자 효용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찬반이 갈린다. 아울러 예대금리차가 적은 은행이 대출 소비자의 효용을 크게 생각하는 은행이라는 인식이 담보돼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작다.

예를 들어 A은행은 대출금리 5%, 예금금리 2% 등으로 예대금리차 3%포인트(P)를 보유하고 있고, B은행은 대출금리 10%, 예금금리 9%로 1%P의 예대금리차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대금리차가 적다는 이유로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가 B은행을 선택할 확률은 현실적으로 낮다.

일반적으로 대출 차주와 예금 소비자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좁혀진 예대금리차의 수혜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두고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진다면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으로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예대금리차를 놓고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일어나는 셈인데, 예대금리차 수준에 대한 개입은 위험하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평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것을 누가 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은행 간 담합이 발생할 여지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되고, 중·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간 대출금리 차별이 없어지는 지경이면 은행들의 리스크 회피 태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은행 차주의 대출 불가나 대출 한도 축소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한편 고신용차주에 대해서는 유치경쟁이 더해지는 등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별로 대출 포트폴리오나 조달 방식이 다른데, 단순히 '줄 세우기'식으로 공시를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럴 경우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차가 클 수밖에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러한 것을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대금리차가 단순히 은행의 이익률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은행별 포트폴리오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서 소비자 오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장 개입보다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가계대출이 줄면서 은행권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산금리를 내렸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수익목표를 스스로 줄인 사례다. 국정운영원칙 중 하나로 '실용'을 내세운 새로운 정부가 은행권에 있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신뢰하고,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우리은행도 금리 인하 동참…14일부터 전세대출금리 0.2%p 낮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은행들이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우리은행 지점 모습. 2022.4.14 ryousan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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