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취임과 동시에 고물가와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화당국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잇따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등 경제현안에 대한 당국의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번 회의가 윤 대통령의 첫 대외현장 행보라고 강조하며 경제와 민생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과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 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럴 때일수록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걸 바탕으로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고물가 현상과 금융시장 불안을 잡을 선제적인 대응책을 주문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 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코스피지수도 연일 출렁이고 있다. 더욱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눈앞에 둔 만큼 정책당국의 빠른 행보는 고물가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이어 16일 이뤄진 회동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사이의 정책조합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국내 물가의 불확실성을 들어 한은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배제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혀 정책당국도 물가잡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금융시장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한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물론 이런 구두 발언만으로 고물가가 잡히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국내에서의 고물가나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대외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총재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관련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싫어하는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던질수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과거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과 부위원장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금융정책을 편 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세심한 재정정책과,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교한 통화정책 사이의 정책조합을 위해 두 정책당국 수장의 찰떡궁합을 다시 기대해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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