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3% 세상을 위한 정책으로 이해해달라"

원금 감면으로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것이란 비판을 받은 '새출발기금'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한 해명이다. 금융위는 지난 9·10일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도입 정책을 발표한 뒤 이틀에 걸쳐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해명에 나섰다. 이틀에 걸쳐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해명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3%를 위한 정책'이라고 운을 뗐다.

권 국장은 "여러분은 97%의 세상에 살고 계시다"며 "대한민국 2천만명 중 신용불량자가 70만명, 자영업자·소상공인 330만명 중 신용불량자가 10만명으로 3%다. 3% 세상을 위한 정책이 새출발기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이렇게 해명을 내놓게 된 것은 새출발기금의 내용에 포함된 소위 '원금 감면'을 두고 도덕적 해이는 물론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들도 있는데, 새출발기금을 통해 원금을 감면해주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97%와 3%를 '공정'이라는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공정할까?

금융위가 지난 7월 내놓은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자료를 살펴보면 자영업자의 연평균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억6천900만원에서 2020년 1억5천7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여러 곳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도 2019년 말 88조7천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87조8천억원으로 무려 111%나 늘었다. 이 중에서도 상환 자체가 곤란해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대상이 될 대상은 약 5% 내외에 불과하다.

기존 코로나 정책 지원 대상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 660조원 중 500조원 내외인 정상거래와 64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은 저금리 대환 또는 사업자금 지원, 은행 자율지원 등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폐업 또는 부도 등으로 상환이 곤란한 경우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결국 코로나라는 미증유 사태에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할 수 없게 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인 셈이다.

권 국장 역시 "사무실에 지원을 빨리 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전화가 하루에 200통씩 온다"면서 "97%는 엄격하고 약속을 지키는 세상이지만, 이번 정책은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절박한 사람을 위한, 사회복지적인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금융위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공정'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역시 그렇다. 해당 제도는 변동금리 차주를 연 3%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제도인데, 대상이 주택 가격 4억원 이하·부부합산 소득 7천만원 이하다.

이를 두고 높은 주택가격 탓에 사실상 수도권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나오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9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살펴보면 주택가격 상한은 2억1천만원~2억8천만원 수준이었다. 약 3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낮은 축에 속한다. 특히 이들 중 약 3분의 1 정도는 제2금융권에서 제1금융권인 은행으로 넘어갔다. 통상적으로 제2금융권 대출금리 등이 은행 대비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변동에 취약한 가계에 이른바 '안전망'이 됐다는 평가다.

코로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3고(高)' 시대가 불어닥친 요즘, 경제주체들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공정'이라는 잣대만을 적용하는 게 맞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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