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물가 공포의 완화는 분명하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짧지 않은 기간 시장 심리를 가장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변수는 물가였다. 위험자산 선호는 기본적으로 채권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당장은 인플레 둔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 약화 기대가 금리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채권 수익률곡선(커브)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물가 공포에 이은 경기침체 공포의 확산 가능성이 시장 참가자들의 커브 전략을 어렵게 한다. 중장기로는 스티프닝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진다면 커브 플레이가 급변할 여지가 있다. 인플레 우려가 다소 완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물가·저성장' 국면에 있다는 점도 기존의 플래트닝 전략을 수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고채 10년-3년 스프레드 추이
인포맥스 국채지표 스프레드(화면번호 4544)








미국의 7월 물가 지표가 나오면서 시장의 안도감은 커지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월에 전년 동기 대비 8.5%를 나타냈다. 6월 상승률 9.1%에서 큰 폭 하락하면서 물가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미국의 생산자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물가 정점론에 힘을 보탰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5% 내려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중국과 유럽 지역의 물가 지표도 7월 들어 눈에 띄게 둔화하는 흐름이다. 그동안 물가 급등의 주범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등이 최근 들어 안정된 것이 주효했다.



미국 GDP와 물가지수
인포맥스 경제종합(화면번호 8282)








국제 유가 등의 하락은 국내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6%대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조만간 5%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해 "아마도 (전년 동월 대비) 5자(5%대)를 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대를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천지개벽하듯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지금, 우리가 눈에 보이는 수준 내라면 물가는 그렇게 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국내외적으로 물가 정점론이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강화하는 추세다. '베어마켓 랠리'라는 평가도 만만찮지만, 뉴욕증시는 눈에 띄게 안정됐고 이는 글로벌 증시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채권 가격도 금리가 떨어지는 등 대체로 동반 강세 기조를 띈다. 위험자산 선호는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약해질 것이란 기대가 작용해서다.

미 연준의 9월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 가능성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40% 수준으로 크게 완화했다. 50bp 인상 가능성은 60%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8월 금융통화위원회의 25bp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7월에 이은 빅스텝(50bp)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참가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커브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속도가 어떨지에 대해 아직은 가늠이 어려운 탓이다. 지난주 잠시 스티프닝 베팅이 우세한 분위기였지만,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등 중국 경제 우려까지 가세하면서 장기금리 하락 압력이 상대적으로 더 세질 전망이다. 플래트닝 포지션을 유지하려는 곳과 신규 스티프너 간의 논리 싸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물가와 경기 전망, 이어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커브 전쟁의 2막이 열렸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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