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화물 터미널
[대한항공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신용등급 'BBB+'의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투자 수요를 확보한 것에 더해 희망금리밴드 하단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스프레드를 결정지으면서 'BBB+'급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인기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인데, 그 배경에는 증권사의 리테일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0일 1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3천43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대한항공은 2년물 700억원, 3년물 800억원 등 두 개의 트렌치로 발행할 예정인데 수요예측에 각각 1천300억원과 2천13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대한항공은 개별 민평금리에 -20bp~+2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28bp, 3년물은 -61bp에서 스프레드가 결정됐다.

최근처럼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회사채 시장의 냉각 기류가 강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스프레드로 발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의 스프레드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됐더라도 실제 발행금리는 낮지 않다.

결국 대한항공의 수요예측 성공 비결은 '고금리'에 있었던 셈이다.

지난 30일 기준 대한항공의 2년물 개별 민평금리는 5.507%, 3년물은 5.823%였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150bp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금리 메리트가 있는 수준이며,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화물사업을 바탕으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투자할 만한 요인이 커진 것이다.

특히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리테일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대한항공과 같은 기업에는 자금조달에 유리한 배경이 되고 있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라며 "'BBB'급 채권 중에서도 네임밸류가 있는 기업이다 보니 리테일 수요가 컸다"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0조1천834억원에 달했다.

이 중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4조6천39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채가 불을 지핀 개인의 채권 매수 기류는 익숙한 회사채 매수로 넘어왔다"라며 "신용시장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일종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회사채 리테일 시장에서 선호가 큰 'BBB'급 회사채 중에서도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리테일 채권으로 분류돼 금리가 메리트가 있으면서도 'A'급에 준하는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2년물 개별 민평금리는 'BBB+' 등급 민평금리보다 195bp가량 낮다.

지난 30일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A'급 이상을 선호하는 운용사도 일부 참여하는 등 이미 'A'급 이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화물사업 호조와 국제 여객 수요 회복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점도 투자자들이 주목한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6조3천57억원의 매출과 1조5천1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2분기 여객 노선 매출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주요 국가의 국경 개방 기조로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8천742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화물 부문은 1년 전보다 44% 증가한 2조1천712억원의 매출을 냈다.

또 다른 DCM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현재 대한항공의 영업상황이 워낙 좋아 이 같은 불안 요소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신용등급만 상향이 되면 운용사 쪽에서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항공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BBB+', 등급전망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 신용등급 상향 검토 요인으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 후 사업지위 향상,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내걸었다.

한기평은 순차입금/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가 3.5배 이하, 차입금의존도가 40% 이하로 유지될 경우를 등급 상향 트리거로 꼽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차입금/에비타는 1.5배이며, 차입금의존도는 41.7%로 신평사가 내건 트리거에 이미 충족하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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