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서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354.90원까지 상승하면서 13년 4개월만에 최고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5억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로, 이는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8월 적자 폭은 무역통계를 작성한 지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다.



월별 무역수지 및 환율(월말 종가 기준) 추이






최근 무역수지 적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중간재가격 상승 등이 원인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고유가 등과 맞물려 독일이나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제조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제 당국의 주장처럼 경상수지 흑자나 양호한 외환보유액 등을 믿고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기도 힘들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나 금융시장 환경을 둘러보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대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수출 증가세를 동반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그만큼 한국의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대중국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마저 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데다 동절기를 앞두고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가격의 하락을 크게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국 봉쇄 등 대외 여건도 당장 개선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진:달러-원 환율과 코스피지수 추이






무역수지 적자는 환율이나 주가 등 외환 및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는 원화에 무역수자 적자가 약세 폭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통화 긴축기조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환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을 추가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무역수지 적자가 달러-원 환율 상승과 엮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주식시장만 강세를 보인 경우는 드물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산인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 외국인이 환차손을 무릅쓰면서까지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을 매수하긴 어려운 탓이다. 결국, 달러-원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증시나 부동산 등 우리나라의 자산시장도 안정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율 상승에도 외화자금 사정을 반영하는 스와프 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에는 달러자금을 조달하는 통로였던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폭락하면서, CRS와 금리스와프(IRS)의 차이인 스와프 베이시스 역전 폭이 대폭 확대됐으나 지금은 안정된 모양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강화 노력과 함께 국가부채나 가계부채, 단기외채 등 최근 늘어난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아가 무역수지 적자가 외환 및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확산시켜 보다 큰 금융 불안의 빌미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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