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5일 1,370원을 돌파했다. 스와프 시장 상황을 보면 아직 달러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환율 급등이 지속되면 작은 생채기에도 충격이 급속도로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달러-원은 일주일 사이 40원가량 폭등했다. 1,370원대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초강세 상황을 고려하면 1,400원대 환율 진입도 배제하기 어렵다.

환율 급등의 파장은 주식시장에 더 직접적이다. 코스피는 지난 5일 장중 2,400선을 깨고 내려갔다가 간신히 회복했다. 환율 급등이 멈추질 않으니 외국인이 주식을 다시 내다 파는 모양새다. 지난 7월과 8월 외국인은 국내주식을 각각 2조3천억 원, 3조6천억 원가량 사들였다. 적지 않은 규모여서 외국인의 본격적인 귀환이 기대됐지만, 9월 들어서는 최근 며칠 새 다시 5천억 원 넘게 순매도에 나섰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도 초긴장 상태다. 지난주 후반부터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2주가량 이어진 패닉장을 경험한 참가자들의 심리는 좀처럼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금리 레벨은 지난 6월의 고점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기준금리 전망치 대비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잭슨홀 회의를 지나면서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은 3.25~3.50% 수준까지 높아졌다. 기존의 2.75~3.0% 밴드에서 50bp 올라간 셈이다. 시장금리도 금통위 이후 지난 1일까지 딱 이정도 수준(50bp 안팎)까지 올라가고서 소폭 내려간 상태다. 최근 채권시장의 관심이 온통 한은 통화정책 방향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국채시장 역시 연준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빚어진 정책 불확실성 탓에 집중포화를 맞았다.

국고 3년, 10년 금리 및 CD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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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후반기의 금리 급등이 정책 이슈에서 불거졌다고 보면 외환, 주식시장과 비교해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한은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인 3.5%를 가정해도 시장금리가 적당히 높은 수준에 와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모두 3.6%대로 기준금리 전망 상단을 웃돌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을 밟더라도 한은 기준금리 컨센서스가 드라마틱하게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물가와 경기 전망 사이에서 참가자들은 커브 플레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가에 대한 인식이 6월 금리 고점 때와는 완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은과 연준의 경고대로 고물가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지만, 7월 또는 8월의 물가 고점론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러시아 발 가스가격 급등에도 6월 당시 전 세계 시장을 패닉으로 이끌었던 물가 공포는 한결 수그러든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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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공포의 약화를 고려하면 채권이나 주식에 대한 매수 베팅이 가능한 영역으로 보인다. 문제는 심리다. 채권과 주식시장 등에서 한번 크게 꺾인 심리는 회복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위축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공포를 맛본 터라 더 그렇다.

물가 심리의 회복도 더딘 편이다. 물가 고점론에 무게가 실리지만, 물가 심리는 아직 고점을 찍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은과 연준의 긴축 의지는 이런 물가에 대한 기대 심리, 즉 기대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기대인플레를 통제하지 못하면 물가지표는 언제든 반전이 가능하다는 게 통화당국의 판단이다.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이란 커다란 벽은 존재하지만, 시간과의 싸움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 보인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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