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달러-원 환율이 1천400원을 넘어서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우리 경제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한데다 미국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의 이른바 '3고(高)'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다만 민생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여야는 정기국회에서도 '네탓 공방'만 하는 모양새다.

23일 외환당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주 달러-원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자 강한 구두 개입과 함께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날 연준 위원들이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네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점이다. 고환율 문제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고강도 긴축으로 미국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외국자금 이탈 등을 막기 위해 미국과 금리 수준을 맞춰야 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 부채 위험까지 키울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향후 긴축 경로 등이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었다"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환율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어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달러로 사들이는 원자재 등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대로 예측했다. OECD는 19일 발표한 '2022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5.2%로 전망했다. 지난 6월 경제전망 때의 4.8%보다 0.4%포인트나 높다.

이미 원가 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한 식품업계는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농심 신라면, 팔도 비빔면 등 라면 가격이 평균 10% 이상 단번에 올랐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과자 가격도 12%가량 인상됐다. 우유와 야쿠르트, 컵밥, 제과·제빵, 치즈, 커피, 아이스크림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배추와 무 등 농산물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0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수위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전기·도시가스 요금 상승률이 18%대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7%)의 3배를 넘어섰는데 내달 전기·가스료가 오른다면 해당 물가 상승률은 20%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동절기를 앞둔 서민들로서는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물가·고환율 등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민생'을 외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만 이어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생 경제가 어려운데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 조문 일정 변경과 영빈관 예산 등을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흘째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야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서로를 향한 책임론만 제기했다.

국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린 정기국회에서 영빈관 예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전정부 경제정책 비판 등에만 몰두하는 등 경제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묻는 날카로운 지적은 없었다"며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큰 상황인데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해 피로감만 야기하고 있어 큰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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