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벼랑 끝에 몰렸던 채권시장의 손을 잡아준 건 또 당국이었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이은 기획재정부의 긴급 바이백 발표는 패닉으로 치닫던 시장의 숨통을 틔웠다. 한은의 개입 스탠스가 능동적으로 바뀐 점이 긍정적이다. 과거 한은의 단순매입은 국채당국과 시장에 등 떠밀리듯 이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장중 금리급등 시점에 발표한 것이나 국고채 매입 규모를 기존 2조원에서 3조원대로 확장한 부분 등에서 시장 안정 의지가 읽힌다.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워크숍
(서울=연합뉴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과 안심전환대출의 효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반대로 시장 금리를 하향 안정화하는 조치를 내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책 효과에 반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한은을 성토하면서도 실제 등판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주만 해도 이창용 한은 총재가 단순매입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터였다.

시장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한은의 개입 효과는 배가됐다. 단순매입 결정이 나온 당일 국고채 금리는 20bp가량 고점을 낮췄다. 시스템 붕괴 우려가 나올 만큼 급랭했던 시장 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은 물론이다. 한은 개입의 타이밍이 좋았다고 본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비교해서도 한발 빠른 조치였다. 한은의 매입 발표 후 하루가 지나고서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의 초장기 채권 매입 조치가 나왔다. 매입 규모는 비교할 바 못 되지만, 한은의 선제 대응이 또 한번 돋보이게 됐다.


영국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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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결단에는 시장과 가장 접점에 있는 실무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초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새롭게 배치된 인사들이다. 시장운영팀장, 채권시장팀장 등 금융시장국 내 실무팀장들을 한은 내 최고의 시장 전문가로 세팅한 것이 주효했다. 통화정책 방향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시장 안정을 꾀하는 방안을, 소통이란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은의 국고채 매입 규모가 BOE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절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 보기도 어렵다. 올해 남은 국고채 발행 잔액은 33조원 안팎이다. 발행액의 10%에 육박하는 금액이라 연초보다는 개입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기재부의 긴급 바이백 2조원을 더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채권 패닉의 주된 원인이 대외 요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과 기재부의 공동 개입이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대외 불확실성의 해소가 핵심 요인이겠지만, 시장의 한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은이 국채당국과 함께 시장 시스템 불안을 두고 보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시장 참가자들의 안도감을 높일 것이다. 한은의 전향적인 소통 노력과 적절한 타이밍의 개입 결단이 패닉 심리를 돌려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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