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다. 입법부인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잘못된 것은 개선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벌써 국정감사가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국정감사는 너무 편하다"는 촌평을 전했다. 국정감사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국회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해 설명하는 사례가 평소보다 늘었지만, 국정감사만 놓고 보면 별로 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과 관련해 각종 현안이 쌓여 있는데도 국감에서 이를 꼬치꼬치 따져 묻는 국회의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특정한 정쟁 이슈로 여야가 서로 물고 뜯느라 정책을 시행하는 대상기관에 대한 질의는 뒷전이라고 평가했다. 국정감사의 중심에 서야 할 정책당국이나 정책당국에 대한 질의응답은 없고, 정작 여야 고성만 듣다가 국정감사가 끝난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대내외적으로 현안이 산더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화긴축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도 심상치 않다.





나아가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맞물러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훌쩍 웃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내부적으로 물가에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내부는 물론 외부변수들이 한국 경제를 옥죄는 모양새다. 여기저기에서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복합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날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과 5일 치러진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현안들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영빈관 예산 문제와 철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각종 부자 감세 논란 등만 따지다가 감사를 끝냈다. 당국의 기존 정책 대응의 잘잘못을 따져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하도록 주문해야 하는 국정감사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당국의 의중을 알아보려는 시장의 의도도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경제정책에서도 입법부의 입김이 커진 상태다. 과거에는 행정부 주도로 모든 정책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국회 입법과정을 거친 결과물들이 직접적으로 경제ㆍ금융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종시로의 행정도시 이전으로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입법부의 전문성도 강화됐다.

속담에 '조는 집은 대문턱부터 존다'는 게 있다. 주인이 게을러 졸고 있으면 집안 전체가 다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국회도 국민들의 주인행세만 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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