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다른 소신을 갖춘 통화당국자가 등장했다. 취임 후 두 번째 회의(금융통화위원회) 만에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야기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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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은 지난 12일 열린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50bp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주상영 금통위원과 함께 베이비스텝(25bp)을 주장했다. 주 위원은 애초 강성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익히 알려진 터라 빅스텝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이 어색하지 않다. 반면에 신 위원의 등장은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우선 소수파로 이름을 올린 기간이 극히 짧다. 신 위원은 지난 7월 말에 취임하고서 8월 말 금통위를 처음 경험한 초짜 금통위원이다. 취임 이후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통방)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낸 것 자체로 놀랍다는 얘기다. 적어도 지난 2010년 이후로 취임한 금통위원 중에선 신 위원만큼 이른 시간에 소수의견을 제시한 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금통위원도 허니문 기간을 거친다. 그 기간을 정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본인의 정책 성향을 드러내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위원들이 상당수다. 전·현직 금통위원들에 따르면 금통위원 취임 직후에는 압박감이 많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아무리 경제에 눈 밝고, 학식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도 정책 경험까지 겸비한 선배 금통위원들 앞에선 초임 위원이 본인의 논거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렵다.

한은 총재를 비롯한 집행부의 실력은 또 어떤가. 수십 년간 매크로와 통화정책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수두룩한데다, 금통위원이 접하는 각종 보고서나 통계자료, 시장 정보 등 상당수 자료도 한은이 제공한다. 초임 금통위원일수록 한은 집행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통위원의 근접 보좌진도 모두 한은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두 번의 금통위 경험으로 한은 집행부 등에 반하는 스탠스를 보이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신 위원의 결정에 강단과 소신이란 단어가 떠올려지는 이유다.

주상영 위원에 이은 또 한 명의 '왕 비둘기' 등장일까. 시장의 관심은 주로 여기에 쏠린다. 금통위원 임명 당시 시장은 신 위원에 대해 비둘기 성향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정책 등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처음 올리던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고, 그의 존재는 살짝 잊히는 듯했다. 이번 소수의견 한 방에 금통위 내 존재감이 확 커진 셈이다.


한은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 등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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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가 없는 고강도 통화긴축에 지쳐있는 시장은 두 명의 비둘기파 금통위원이 등장했다는 점에 고무되는 분위기다. 채권 금리는 하루 단위로 요동치고 있지만, 금통위를 지나면서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가 3.5~3.75% 수준일 것이라는 데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추가 빅스텝 한 번에, 내년 1분기 중 추가 베이비스텝을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다수다. 두 번 정도의 베이비스텝을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이창용 총재가 여러 차례 '전제 조건'을 언급했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탠스에 따라 정책 여건은 급변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소신껏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새 금통위원의 등장으로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안정감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신 위원 등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담길, 2주 후에 나오는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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