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환경 속 경쟁력 입증…소셜본드 형태,'G3 통화' ESG 섭렵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신한은행이 320억 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 금융기관조차 국내외 시장에서 4~5% 수준의 금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여전히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 시장을 주목해 0%대 금리를 달성했다.

신한은행의 이번 조달은 한동안 주춤했던 사무라이본드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는다. 사무라이본드는 2019년 한·일 갈등 등으로 사실상 조달 길이 막혀 기준점으로 삼을 금리조차 없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오랜 기간 쌓아온 조달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과감히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 '저금리' 일본 주목…0%대 금리 달성
14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한은행은 320억 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프라이싱(pricing)을 마쳤다. 트랜치(tranche)는 2년과 3년, 5년으로 나눠 각각 140억 엔, 115억 엔, 65억 엔씩 배정했다.

이번 발행으로 신한은행은 0%대 조달 금리를 달성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2년과 3년, 5년물 각각 토나 미드 스와프(TONA mid swaps)에 77bp, 82bp, 107bp 더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2년과 3년물 쿠폰 금리는 0.87%, 0.98%를 형성했다. 5년물 금리는 1.33%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을 단행하면서 기업들의 발행 금리가 치솟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다양한 조달 시장을 살피며 조달처를 물색했다. 달러채는 물론 사무라이본드와 캥거루본드(호주 달러 채권), 딤섬본드(역외 위안화 채권) 등 다양한 통화 시장을 활용해 발행을 이어온 점 등이 이러한 역량을 끌어올렸다.

신한은행의 눈길을 끈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에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상 0%대 금리를 겨냥할 수 있는 마지막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 등으로 2019년 이후 조달 길이 막혔던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올 초 대한항공이 한국수출입은행 보증으로 공모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재개하긴 했으나 이외 3년여간 발행이 전무했던 탓에 조달 기준점으로 삼을 벤치마크조차 없었다.

이런 한계에도 신한은행은 최근 양국 관계 개선 기류 등에 힘입어 과감히 시장을 찾기로 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일본 투자자와의 관계가 이번 조달을 뒷받침했다. 일본 기관들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꾸준한 관계 유지 등이 중요하다.

신한은행은 2013년과 2017년 등 주기적으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일본 기관들의 친숙도가 높았다.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사무라이본드 조달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등 기반도 갖춰진 터였다. 이어 지난달 일본에서 대면 NDR(Non-Deal Road show)을 진행하는 등 투자자 분위기를 살피며 접점을 쌓는 데 집중했다.

벤치마크 금리는 유럽 금융기관을 참고했다. HSBC 등 유럽계 은행의 사무라이본드 금리를 기준으로 적정 스프레드 등을 고심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2년과 3년, 5년물 각각 토나 미드 스와프에 75~80bp와 80~85bp, 105~110bp를 더했던 배경이다.

◇북한 도발 긴장, ESG·조달 역량으로 돌파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조달에는 무리가 없었다.

일본 기관의 경우 미국 등 글로벌 채권 시장보다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올해 역시 신한은행 사무라이본드 조달을 전후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해 불안감을 키웠으나 무사히 조달을 마쳐 일본 시장에서 달라진 한국물 위상을 보여줬다.

소셜본드(social bond)로 최근 일본에서도 거세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조달 흐름에 발맞춘 점 역시 주효했다.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소셜본드로 이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이는 한국물 최초의 소셜 사무라이본드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G3(달러·유로·엔화) 통화 시장에서 모두 ESG 채권을 발행한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0%대 조달처를 찾아 한국물 벤치마크를 다시 구축했다는 점에서 시장 선도 효과 역시 톡톡히 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는 'Aa3' 등급을, 일본 신용평가사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은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해당 자금을 달러화 등의 통화 스와프 없이 엔화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번 딜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MUMSS)와 미즈호증권, 노무라금융투자가 주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보조 주관사로 참여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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