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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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지원책으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재정 상황이 이례적으로 견조한 상황을 유지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임무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달 2일 마무리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4차례 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가 3.75~4% 범위로 높아지게 된다.

일부 연준 당국자들은 이번 회의 이후 금리 인상 속도 둔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논의는 금리가 궁극적으로 얼마나 높아져야 하는지에 대한 더 중요한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중순 발표한 분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초 정책금리가 적어도 4.6%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높아진 금리에 대한 지출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리가 4.6%보다 더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지금까지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의 탄력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실제로 충분했을지가 큰 의문"이라면서 "연준이 시사했던 것보다 약간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연준의 금리 인상은 비용에 민감한 경제 분야와 신용의 가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0년 미 연방정부의 팬데믹에 대한 전시 수준의 대응은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임금과 지출 하락 심화라는 보통의 경기침체 동력을 방해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가계와 비금융기업, 소기업의 총지출 대비 총소득이 지난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흑자를 기록했다. 3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이 수치는 지난 1950년대 이후 나타난 어떤 시기의 경기침체 이전보다 더 견조하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들 추산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작년 중반까지 축적한 저축액이 약 1조7천억달러에 이르는 데 이는 팬데믹 이전처럼 임금과 지출이 증가했더라면 저축 가능한 수준을 웃도는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금리가 신저점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은 저금리 차입이 가능했다. 골드만삭스는 정크본드의 3%만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며, 2025년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주 정부와 지방정부 역시 현금이 풍부한 상황으로 지난 2007~2009년 경기침체 이후보다 훨씬 양호한 상황이다.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경제 분야인 주택시장이 심각한 하강기에 진입했으나 경제의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WSJ은 말했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잔고도 늘고 있으며 기업들의 실적도 견조한 수요와 가격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시장정보업체인 코르부 LLC의 사무엘 라인스 매니징디렉터는 "연준이 보길 원하는 어닝시즌은 아니다"라면서 "지금 소비자들은 너무나 탄탄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경제를 냉각시키려면 훨씬 높은 금리가 요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인 에스더 조지는 이달 초 웨비나에서 가계의 저축 완충장치는 "우리가 (금리 인상을) 계속해나가야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총재는 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를 주장하는 쪽이지만 연준 금리의 최종 종착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수 있으며 고금리에 더 높게 머물러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탄탄한 고용시장 상황도 이런 전망을 부추긴다. 임금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물가도 올릴 것이며 가계의 저축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소비 지출을 떠받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다 행정부 당시 최고 경제 자문을 지낸 바 있는 제이슨 퍼먼 하버드 경제학자는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키기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준금리가 내년에 5.25%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보다 더 높아질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TS 롬바르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금리가 5.5%까지 오를 것이라면서 "경기침체는 2023년에 오겠지만 연준이 침체를 발생시키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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