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먼-프리드 CEO "내가 망쳐"…"더 잘했어야!"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유동성 위기에 빠져 파산 위기에 내몰린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계열사의 위험한 베팅에 고객 자산을 대출해줘 회사 몰락을 초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FTX가 계열 거래업체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산을 대출해줘 FTX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투자자들에게 알라메다가 FTX에 10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FTX가 고객들이 트레이딩 목적으로 거래소에서 예치한 자금을 이용해 알라메다에 대출을 연장해줬다며 이는 뱅크먼-프리드의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FTX의 고객 자산이 총 160억 달러라는 점에서 FTX는 알라메다에 고객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해 준 셈이라고 저널은 꼬집었다.

FTX의 대변인은 저널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FTX는 지난 일요일 고객들이 50억 달러 가량의 자금 인출 요청으로 타격을 입자 주초에 고객들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FTX는 이후 긴급하게 투자를 받기 위해 애썼고, 그 와중에 바이낸스와의 인수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하루 만에 FTX 사태는 "자신들의 통제 밖이거나 도울 여력이 안된다"며 인수를 철회했다.

FTX의 인출 중단 사태는 다른 암호화폐 자산 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줬으며,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영국의 프란시스 코폴라 이코노미스트는 "거래소는 고객들의 예금을 받는 데 있어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더구나 "그 자산으로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곳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FTX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가운데 지난 월요일 뱅크먼-프리드 CEO는 트위터를 통해 "FTX는 고객보유분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라며 "고객 자산을 투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트윗은 이후 삭제됐다.

이날 오전 뱅크먼-프리드 CEO는 알라메다 리서치의 거래를 정리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브로커들은 고객자금을 다른 회사 자산과 분리해야 하며, 그러지 않았을 경우 당국은 이를 처벌할 수 있다.

일례로 2013년에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중개업체 MF글로벌이 파산 과정에서 고객 자금을 남용한 혐의로 1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MF글로벌 고객들은 1년간의 파산 과정 이후 결국 자금을 모두 회수했다.그러나 FTX의 고객들이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번 대출은 FTX의 몰락이 공격적인 거래 전략으로 유명한 알라메다와 FTX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부 가상화폐 트레이더들은 거래소가 트레이딩을 하는 계열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우려해왔었다고 WSJ은 전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FTX와 알라메다를 모두 설립한 창업자로 지난해까지 알라메다의 CEO였다. 현재 알라메다의 CEO는 뱅크먼-프리드처럼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캐롤라인 엘리슨으로 이전에 퀀트 트레이딩 업체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에서 일한 인물이다. 알라메다는 홍콩에 소재하며, FTX는 홍콩에서 지난해 바하마로 이전했다.

FTX 등과 같은 거래소는 고객들이 가상화폐를 거래하도록 허용해 거래 수수료를 챙긴다. 알라메다의 경우 한 곳에서 코인을 매수해 다른 곳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나서거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장조성자로 활동하며 수익을 챙겼다. 최근에는 일드파밍(yield farming) 전략, 즉 이자를 제공하는 토큰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큰 손으로 부상했었다. 알라메다가 운영하는 한 가상화폐 지갑은 2020년 이후 거래 이익만 5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일드파밍 전략은 투자자들이 이자를 노리고 몰려들면 초기에 급등하지만, 이후 투자자들이 한번에 빠져나가면 폭락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망쳤다. 더 잘했어야했다"라며 "내가 더 최근에 소통을 했어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낸스와의 거래 동안 손이 묶여 있어, 공개적으로 특별히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라며 "물론, 애초에 그곳에 간 것은 내 책임이다"라고 덧붙였다.

 

 

 

 

샘 뱅크먼-프리드 CEO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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