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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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피혜림 기자 = 발행어음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공격적인 행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한도 소진을 눈앞에 둔 상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은 최근 증권사 유동성 불안 등에 대응할 주요한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나 한국투자증권은 활용 여력이 점차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업황 둔화, 시장 경색 등으로 증권사들의 운용 수익 감소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고금리로 약정된 발행어음 잔고가 늘면서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11조9천50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8조3천719억 원) 대비 42.7% 급증했다. 추가 발행 여력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를 한도로 발행할 수 있다.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규모는 6조2천654억 원 수준이다. 이의 200%인 12조5천308억 원까지 1조원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잔고가 가장 큰 곳이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 적극적으로 발행어음 시장을 두드렸다.

◇늘어난 잔량이 커진 운용 부담
잔량이 늘어날수록 운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발행어음의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단기간에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해서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으로 리스크가 커진 상품을 활용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보수적 투자 기조로 돌아서면서 신규 운용처 등이 제한되고 있는 점 또한 활용력을 줄이는 요소다.

실제 지난 2분기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리 급등으로 채권 운용 손실, 발행어음 손실 등이 발생하며 운용 부문에서 8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이익 급변동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계열사 펀드와 발행어음 등 기타 자산에서의 발생 손실은 추후 다양한 투자 자산군에서의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 발행어음 역시 일종의 투자 개념이라 조달 자금으로 운용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증권사가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발행어음의 이점이 한층 제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행어음 조달에 따른 자본 적정성 관리 등도 관전 포인트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기업 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고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저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직후인 2017년 말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별도)은 244.1%였으나, 올 상반기 말 106.9%까지 악화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적정성 저하는 발행어음 인가 초기 단계부터 일정부분 예정된 결과였다. 당시 운용 포트폴리오 계획을 살펴보면 부동산/대체투자 비중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컸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 등이 부동산/대체투자 비중으로 20% 이하를 설정한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30%로 설정해 공격적인 집행을 예고했다.

다만 실제 부동산에 투입된 자금은 12% 수준이었다. 올 3분기 말 기준 전체 잔량 중 1조5천300억 원이 부동산 금융에 투입됐다. 지난해 말(1조4천300억 원) 대비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부동산의 경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PF 불안 등으로 조달 시장 악화 등으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행어음, 조달처 다변화 장점 희석되나
사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조달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지목돼 왔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경우 자금조달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부채비율 등의 모니터링 지표에 크게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조달처 다변화로서의 플러스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보면 조달 한도에 다다르면서 활용할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 특히 시장 불안 등으로 증권사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달 카드가 줄어드는 것은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비은행계 증권사로서의 한계를 발행어음 조달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3분기 말 연결 기준 전체 차입 부채(37조1천787억 원) 중 32%가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이었다.

문제는 조달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자금 수요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3분기 9.2%로 전년 말 대비 5.1%p 감소했다.

실적은 줄어드는 반면 조달 필요성은 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확약물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난 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예금 메리트 급부상으로 자금 유출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연계증권(ESL) 등에 대한 증거금 추가 납입 부담 등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환매 요청이 늘고 있는 데다 은행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발행어음 메리트도 떨어지고 있다"며 "조달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발행어음 등을 찍어 조달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잔고가 연초 이후 꾸준히 증가한 이유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발행어음 수익률이 올라갔고, 시장 불안에 따른 단기 자금 운용 니즈가 늘어나면서 발행어음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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