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4년 초 25만원대를 웃돌던 현대차 주가는 1년 새 반 토막이 난다. 당시 헤지펀드 사이에선 '셀 앤 바이(Sell & Buy)' 전략이 대세였다. '도요타 바이, 현대차 셀' 주문이 일반화됐을 정도다. 슈퍼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 등 일본 차가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때다. 엔진 기술이 탁월한 독일 차가 국내로 몰려오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과 진검승부를 해야 할 현대차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10조원 베팅'이란, 당시로선 이해하기 힘든 일을 벌인다. 현대차그룹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고, 외국인의 무지막지한 매도 공세로 이어졌다. 현대차에 있어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고 기억된다.


현대자동차
연합뉴스 사진




이에 앞선 2010년 초반대는 현대차의 전성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일이다. 2008년 3조원대에 머물렀던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2009년 5조6천억원대, 2010년에는 5조9천억원대로 늘었다. 2011년은 무려 8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당시 기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012년은 8조4천억원대로 더 좋았고, 2013년에도 8조3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10조원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현대차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만원대까지 떨어졌던 현대차 주가는 2012년 5월 27만원대로 열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나고 보니 영업실적이나 주가 모두 이때가 꼭지였다. 2014년 7조5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이 시작됐다. 2015년 6조원대로 하락한 후 2016년 5조원대, 2017년 4조원대까지 떨어졌다. 2018년에는 2조원대(2조4천222억원)에서 2019년 3조원대(3조6천55억원), 2020년 다시 2조원대(2조3천947억원)로 등락을 반복했다.

현대차는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2021년 118조원의 매출과 6조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더니 올해 실적은 이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4조원, 영업이익은 6조4천억원대였다. 제네시스와 SUV, 전기차 등 고수익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게 주요했다. 작년 수준의 실적은 거의 달성했다. 올해 전체로는 9조원대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기세로만 보면 내년 10조원 클럽 가입은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내년 현대차 영업이익의 첫 10조원대 돌파 가능성을 높게 본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8031 화면)에 따르면 최근 석달 내 의견을 낸 17개 증권사의 내년 현대차 영업이익 전망치는 10조1천500억원에 이른다. 많게는 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전망하는 증권사도 있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8031)
연합인포맥스




그런데 복병이 너무 많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가 얼마나 높을 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대란 등에 휘청이고 있는 유럽 경제가 특히 걱정스럽다.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더 좁아질 것이란 우려다. 고환율 효과의 지속 여부도 변수다. 올해 아이오닉 5 등 고가 차량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많이 팔렸는데, 이는 달러-원 환율 급등과 맞물려 시너지로 작용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적잖게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환율과 상관없이 차를 더 많이 팔면 되겠지만,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재고자산의 가파른 증가세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의 3분기말 기준 재고자산은 14조7천4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했다. 재고 소진 속도가 지금처럼만 빠르다면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고금리 부작용 등으로 주문 취소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할부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기차 등 고가 차량에 대한 대기자들이 줄어들고 그만큼 재고 소진이 더뎌질 수 있다. 재고 축적은 막대한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집중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이외에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진행 상황,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돌발적인 충당금 반영 등 현대차가 헤쳐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작년과 올해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10여 년 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모처럼 찾아온 전성기를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