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제부터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SRF)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스탠딩 레포 동향이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동향을 감지할 수 있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스탠딩 레포는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글로벌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자금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작년 7월에 전격 도입한 제도다.특정 시점에만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상설 형태로 개입해 단기자금 시장의 급변동을 방지하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SRF로 이어졌다.

금융기관은 미국채를 담보로 언제든지 연준으로부터 현금을 빌려 지급준비금 부족 등에 대응할 수 있다.

단기 유동성 부족으로 높은 금리에도 패닉 상태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청사




◇SRF 외연 확장 여부 주목
연준이 기존에 거래 상대방으로 의존했던 프라이머리 딜러(PD) 이외에 SRF의 외연이 확장됐는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PD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금융기관은 SRF 이용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지급준비금과 관련된 부정적인 인상을 당국인 연준 등에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해당 기구를 통해 차입에 나설 경우 투자자들은 물론 감독기관에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팬데믹 기간에 연준이 화수분처럼 공급했던 유동성이 이제는 회수 국면에 진입하면서다. 중소형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내년부터는 유동성 압박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연준은 지난 9월부터 양적긴축(QT)을 본격화했다. 연준은 9월부터 미국채 6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 달러 등 모두 950억 달러 규모로 QT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규모만큼 시장 유동성이 구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패턴으로 2023년 말까지 시장에서 구축되는 양적긴축 규모는 1조1천4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역레포도 동전의 양면
SRF의 동전의 양면 성격인 역레포(RRP·Reverse Repo) 시장 동향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역레포는 레포의 반대 개념이다. 연준이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를 일컫는다. 역레포를 실시한 만큼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영하는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최근 역레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연준의 긴축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관전 포인트다. 연준의 역레포가 증가하면 그만큼 은행 지준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긴축의 강도가 그만큼 강해진다는 의미다.

RRP 증가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8조달러에 이르는 등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과도할 정도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RRP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오르면서 MMF 등을 운용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RRP 거래 잔액이 기관별 한도에 근접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파월은 또 말 바꾸며 불안감 증폭
연준의 '자동항법장치(autopilot)' 소동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은 2017년부터 시작된 QT에 대해 2018년 10월에도 자동항법장치처럼 QT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유동성 고갈로 어려움을 겪었던 월가는 연준의 해당 발언에 경악하며 경기를 일으켰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920에서 2,740까지 단숨에 빠지며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자동항법장치 소동을 초래할 당시 연준은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이끌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 대차대조표의 '유기적 확대(organic growth)'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며 양적 긴축의 사실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호사 출신인 파월의 말 바꾸기는 손바닥 뒤집기처럼 진행됐다. 피월은 지난달 30일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강화했다. 그동안 무서울 정도로 사나웠던 매파적인 행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파월은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의 '재정 통화정책 허친스 센터'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파월 의장은 "과도한 긴축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곧 금리를 인하하기를 원하지는 않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자신의 견해에 대한 근거가 부실할 때도 100% 확신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연준이 변호사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주장했던 모습과 묘하게 닮은 꼴이라는 이유에서다.(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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