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사진) 의장이 이번에도 시장 변동성만 키웠다. 그가 섣부른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탓이다. 빅 랠리를 펼쳤던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섣부른 속도조절론이 변동성만 키웠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 브루킹스 연구소의 '재정 통화정책 허친스 센터'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불확실한 시차로 영향을 주면서 급속한 긴축 정책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한 제약적 수준에 근접함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과도한 긴축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금리 인하를 곧 하기를 원하지는 않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당장 환호했다.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속도조절론에만 눈길을 주면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84.22포인트(4.41%) 뛴 11,468.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장보다 122.48포인트(3.09%) 상승한 4,080.11로 장을 마쳤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37.24포인트(2.18%) 오른 34,589.77로 거래를 마감했다.

5영업일이 지난 7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의 종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8포인트(0.00%) 오른 33,597.92로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7.34포인트(0.19%) 하락한 3,933.92로, 나스닥지수는 56.34포인트(0.51%) 밀린 10,958.55로 장을 마쳤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본질에 대한 성찰 부족
파월 의장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는 "역사는 조기에 완화 정책을 하는 것을 강하게 경고한다"며 "임무를 완료할 때까지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2023년에는 지난 9월에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월가는 파월 의장이 이번에도 시장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목됐다. 연준이 제약적일 정도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핵심 배경은 고공행진을 거듭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긴축적인 행보를 강화할 때 굳이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강경한 메시지 관리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을 관리하는 게 기본 소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박승 전 총재가 해당 메시지를 모범적으로 관리한 대표적인 경우다. 박승 전 총재는 2004년 10월 당시 "채권시장은 철이 없다"는 한마디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이상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효과를 거뒀다.

당시 박승 전 총재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압박하는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을 상대로 "정부 말만 듣고 풀베팅했다가 한두 번 손해를 봐야 내가 철이 없구나 하고 반성을 하며 훈련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재의 당시 발언은 지금도 서울 채권시장 올드 멤버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메시지 관리의 진폭이 너무 큰 파월…이달 FOMC에서 또 매파로 변할 운명
파월 의장은 그동안 입장 변화의 진폭이 너무 큰 발언으로 시장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 이라던 파월 의장은 불과 넉 달만인 올해 3월 미국 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2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때 대차대조표 축소 등 양적 긴축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도 정리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 8월 말에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서 사나운 매로 돌변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연설 모두에 "Today, my remarks will be shorter, my focus narrower, and my message more direct"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연설 내용을 전달하기도 전에 해당 표현을 통해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주의를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이후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을 때마다 연준의 긴축적이고 제약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결기를 다져왔다. 파월 의장도 메시지 관리 효과를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번 브루킹스 발언으로 파월 의장은 다시 널뛰기 발언 당사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파월 의장이 오는 1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FOMC에서 속도조절론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매파적인 스탠스를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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