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 월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늘 정치로부터 분리되기를 원한다. 정치적 이벤트가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좀처럼 정치적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큰 이벤트 리스크는 늘 정치로부터 파생됐기 때문이다.

◇IRA도 결국은 정치 리스크…미 상원 외교위원장 역할 주목해야

가깝게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국내외 금융시장에 이벤트 리스크를 증폭시킨 사건이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촉발하는 조항의 밀실합의를 주도했던 미국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ENR) 위원장인 조 맨친 의원은 여전히 한국산 전기차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조 맨친 의원은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를 허용하지 않는 IRA 시행 규정을 발표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에 대한 미국 의회의 태도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미주 한인 교포 사회 등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IRA 시행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한인 교포사회로 전이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뉴저지에서 열린 미주 한인 유권자와 밥 메넨데스(Bob Menendez) 상원 외교위원장의 만남도 이런 차원에서 성사됐다. 이날 회동에서 황선영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미국 뉴저지 지회장은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을 상대로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한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의 시정을 위해 의회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왼쪽)이 지난 18일 황선영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미국 뉴저지 지회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밥 메넨데스 위원장은 차별적 조치를 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사안은 다른 여러 의원과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사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1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체 100석인 상원에서 과반에서 한 표라도 모자라면 해당 조치의 시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해서도 해당 불만은 한국만 제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미 동맹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동맹 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근 대만을 방문한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및 북한 관련 가장 목소리 큰 의원도 한인 유권자에 공들여

내년부터 미국 의회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공화당의 거물급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도 미주 한국 유권자에 공을 들였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지난 9일 뉴저지 필그림선교교회(양춘길 목사)에서 중국과 북한의 종교 탄압과 인권 유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인 교민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내년 하원이 개원하면 중국을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의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뉴저지 필그림 선교교회(양춘길 목사)에서 신앙 간증 형태의 인권 강화 연설에 나선 크리스 스미스 의원



그는 중국을 겨냥해 과거 국제종교자유 법안을 발의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 법을 외교정책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수단은 제재, 그리고 (해당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떤 종교든지 사회주의적 이념에 부합해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그래서 성경까지 왜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그림 선교교회의 양춘길 목사와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2만 명 이르는 입양아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크리스 스미스 의원에 당부했다.

양 목사와 김 대표는 미국 의회에서도 이른바 인권 챔피언인 스미스 의원이 다음 회기에서 '입양인시민권법안'을 직접 상정시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인 교포 사회의 힘이 결집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자리였다.

◇한인사회 영향력 증대…중간선거 직전일 현역이 한인 행사 참여

미국 정치권 중진급을 상대로 한 한인 교민사회의 민간차원 외교노력은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확인됐다. 뉴저지 5선거구의 민주당 하원 현역 연방의원 조시 고트하이머가 선거를 하루 앞두고 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 설립 30주년 기념 한미 통상 특별 경제포럼에서 축하 연설에 나서면서다.

선거를 앞두고 분초를 다퉈 캠페인을 벌여야 할 현역 의원인 조시 고트하이머는 뉴저지가 미국 내 한인들이 세 번째로 많이 모인 주라고 언급하며 한인사회가 지역구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당적 노력을 기울였고, 연료와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입법 등을 거론하며 열심히 일하는 가정을 위해 의회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 LG그룹의 미주법인 입지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며 삼성그룹, SK그룹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도 접촉면을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시 고트하이머 의원 홈페이지



◇플라자합의도 대표적 정치 이벤트

국내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정치적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점은 플라자 합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985년 9월 22일 뉴욕의 심장부인 센트럴파크 초입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체결된 이른바 '플라자 합의'는 한순간에 세계 금융시장의 질서를 뒤바꿔 놓았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엔화와 마르크화의 절상을 합의한 '플라자 합의'가 채택되자 이후 2년 동안 달러 가치는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30% 이상 급락했다. 일본은 당시 미국채 등에 투자한 국부를 앉은 자리에서 30%나 날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국의 패권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에 버금가는 조치도 취할 것처럼 단호한 입장이다.

미국 정치권은 IRA부터 반도체동맹에 이르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도 새해부터는 미국의 정치권 소식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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