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자동차가 결국 사명에서 '쌍용'을 뗀다.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되고서 1988년부터 35년간 사용했던 사명이다. 한때 '현대차도 씹어먹었다'는 쌍용차의 뒤안길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볼 만한 이가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다. 김 회장은 쌍용가의 일원으로, 1997년 쌍용차에서 만든 체어맨 1호 차량의 소유자였다. 18년간 33만 킬로미터(km)를 타고서 2015년 8월 쌍용차에 기증했다.

쌍용그룹이 해체된 지 오래지만, 쌍용차는 과거 쌍용의 명맥을 이름으로나마 이어왔던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외환위기 전 재계 순위 5~6위를 자랑했던 거대재벌 쌍용그룹. 지금은 모든 계열의 주인이 바뀐 상태다. 사명에 쌍용이 들어간 기업도 지금은 찾기 어렵다. 옛 쌍용은 지금 GS글로벌이 됐고, 쌍용정유는 에쓰오일로 바뀌었다. 쌍용중공업(현 STX)과 쌍용투자증권(현 신한투자증권),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등도 그렇다. 과거 그룹 계열 중 쌍용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이제 쌍용C&E(구 쌍용양회)와 쌍용건설 정도다.


쌍용차, 35년만에 이름 바뀐다…'KG모빌리티'로 새 출발
(서울=연합뉴스) 곽재선 KG그룹(쌍용차)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22 자동차인의 밤' 행사에 참석해 쌍용차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2 자동차인의 밤' 행사에서 공로상 수상소감 하는 곽재선 회장. 2022.12.22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쌍용차 사명의 퇴장과 함께 유독 더 눈길이 가는 곳은 쌍용건설이다. 사명뿐 아니라 '쌍용가'의 명맥이 아직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김성곤 전 회장의 차남이다. 오너 경영인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문 경영인이다. 쌍용건설 주인은 따로 있다. 2015년 세계적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ICD)이 인수했다가 올해 다시 글로벌세아그룹이 새 주인이 됐다. ICD가 인수하기 전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반복이었다. 쌍용그룹이 해체되고서 죽고 사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는 중심에 김 회장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쌍용가의 김 회장이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해외 네트워크다. 쌍용건설이 한국보다 해외 건설 현장에서 더 유명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 두바이 에미리트타워호텔 등이 쌍용건설의 작품이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1조5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두바이 로열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는 기술력의 절정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확인된다. 사우디에서 수도 리디야의 대형 프로젝트 '킹살만파크' 사업을 총괄하는 조지 타나시제비치 CEO가 한국 수주지원단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타나시제비치 CEO는 김석준 회장에 대해 "나의 영웅"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쌍용건설과 김 회장이 해외 프로젝트 등에서 이룬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 한 말이다. 타나시제비치 CEO는 쌍용건설이 해외 고급 건축물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쌍용건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회장은 작년 4월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재선임됐다. ICD가 쌍용건설을 인수한 이후로만 3번째 대표이사 연임이다. 이제 쌍용건설의 새 주인은 글로벌 세아그룹이다. 지난 10월 ICD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글로벌세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만 완료되면 쌍용건설 지분 9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건설업계는 주인이 다시 바뀐 이후의 김 회장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임에도 업계 맏형의 역할을 맡아온 그의 무게감을 높게 사기 때문이다. 글로벌세아는 일단 김석준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사명도 당장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세아가 김 회장과 쌍용건설의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높게 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세아는 의류 제조·판매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세아상역을 주력 계열사로 둔 그룹이다.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 생산공장 40여 곳을 두고 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유독 해외 시장에서 강한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의 시너지가 합쳐지면 제2의 중동 붐 수혜에 더해 세계 시장에서의 도약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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