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통위는 두 차례의 '빅 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을 포함해 지난해 4월 이후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게 됐다. 외형적으로 고물가를 잡겠다는 통화당국의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급락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당일 국고채 10년물 지표금리는 전일보다 0.112%포인트 하락한 3.30%까지 떨어졌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128%포인트 급락한 3.275%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2년 이상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와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정작 시장은 금통위의 의도와 반대로 간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먼저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를 보자. 금통위 직후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020번)에 올라온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보고서의 제목을 보면 '커브 역전 용인, 긴축사이클 마감', '상투 잡은 기준금리 인상',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 '금리 인상 이 정도면 됐다', '매파이고 싶지만, 매파일 수 없다' 등이 눈에 들어온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매파적인 성향을 보이려고 했으나, 1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정책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기준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부동산시장 침체를 금리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심각해진 경기 우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 의지 등이 시장의 전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적으로 기준금리 변경을 골자로 하는 통화정책은 초단기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만 놓고 본다면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유용한 정책 카드를 버린 셈이다.

앞으로 금융시장의 관심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보다 연내를 포함해 언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지에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총재가 밝힌 것처럼 기준금리 인상의 최종 목표치에 대해서도 금통위원 3명이 현재 수준인 연 3.50%를, 3명이 연 3.75%를 각각 제시한 상태다.

다만 통화당국과 시장의 시선이 물가에서 경기로 맞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 선을 훌쩍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벌써 기준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고채 2년물 금리마저 연 3.441%로 기준금리인 3.50% 아래로 떨어졌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30%로 기준금리보다 20bp나 낮아졌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된 수준을 넘어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움직임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역전이 현실화한 만큼 향후 금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전망도 더욱 어려워졌다.

더욱이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기관은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금리로 운용하는 만큼 장단기금리 역전으로 역마진이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를 채권가격에 반영한 상황에서 시장의 입장에서도 각종 금리 수준이 적정한지를 놓고, 나이가 낮아진 시장금리 수준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찾아야 하는, 이른바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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