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독주 체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TSMC 독주의 반대급부로 종종 거론되는 건 삼성전자의 위기론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1년 사이 글로벌 3위급 TSMC가 치고 올라오니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 TSMC는 지난해 3분기 삼성과 인텔을 한꺼번에 제치고 역대 처음으로 분기매출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

지난 4분기 매출도 TSMC의 1위 수성이 유력해 보인다. TSMC의 4분기 매출은 6천255억 대만달러(약 25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43%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발표한 4분기 잠정 매출은 70조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중에서 반도체 부문 매출은 20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와 비교해 5조원가량 작다. 메모리 시장의 불황이 삼성전자에 직격탄을 날린 반면 파운드리 시장의 호황으로 TSMC만 날아다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종합반도체기업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파는 TSMC 매출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그 자체로 굴욕이자 위기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더 이상 '캐시카우'가 아니라는 점도 위기감을 높인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잠정치는 4조3천억원이었고, 반도체 부문은 4천억원 수준으로 10%에도 못 미쳤다.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 부문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나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전체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삼성전자는 정말 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일단 주가만 놓고 보면 아직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 볼만한 근거는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반등, 그리고 연말 조정, 다시 연초 반등의 흐름을 보인다. 지난 17일 기준 주가는 6만1천원. 작년 말 기준으로는 약 10%, 작년 저점인 9월 30일(5만2천300원) 이후로는 20% 가까이 반등했다.


2021년 말 이후 삼성전자-TSMC 주가 차트
출처:연합인포맥스




TSMC의 단기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한다. TSMC는 연초 대비 15%가량, 작년 저점인 10월 26일(370달러) 이후로는 30% 넘게 올랐다. 최근 양사의 주가 흐름만으로 삼성전자 위기설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좀 더 긴 시계로 보면 삼성전자가 크게 부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등이 나오기 전까지 주가 조정폭은 TSMC가 훨씬 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작년 말과 연초 양사의 주가 흐름에서 차이가 난 것은 매출, 이익 등 실적 차이보다 주가 조정 속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TSMC는 작년 1월 초 고점 685달러에서 같은 해 10월 26일 370달러까지 급락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46%에 달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비슷한 기간 8만600원에서 5만2천300원으로 35%가량 하락했다. 고점 대비 현 주가의 하락률만 봐도 TSMC는 마이너스(-)26.5%, 삼성전자는 -24.3%로 큰 차이가 없다. 주가 흐름만으로 삼성전자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는 건 어폐가 있단 얘기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매출이나 이익 모두 하향 추세인 건 맞지만, 이 흐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 의견도 적지 않다. 메모리 1위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타격을 주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반전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4분기 20~25% 감소폭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쟁적인 재고 조정이 메모리 가격 하락을 이끌었는데, 공급 측면에서도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동안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공급 조절에도 관망하던 삼성전자마저 일부 공급량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메모리 1위 삼성전자까지 물량 조절을 한다면 공급 과잉이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매크로 경제가 그러하듯 반도체 업황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 주기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다운사이클을 버틸 만한 돈과 체력이 충분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업계와 시장발 삼성전자 위기론은 또 한 번 굵고 짧게 불어닥친 광풍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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