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6배 이상 폭발적 증가…한전과 비교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이효지 기자 = 한국가스공사가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원료비 동결에 따른 미수금 증가분 등을 단기물 조달로 대응하면서 발행 잔량이 18조 원대로 치솟은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정부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공기업인 만큼 급격한 잔량 증가가 시장에 주는 불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단기물의 경우 자금시장 경색 시 차환 부담 등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유동성 대응력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가스공사, CP 잔량 18조로 급증…최대 발행사 등극

19일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통계-일변 발행사잔액(화면번호 4717)'에 따르면 전일 기준 한국가스공사의 CP·전단채 발행 잔량은 18조5천950억 원에 달했다. 전체 CP·전단채 잔량(유동화·PF 제외)은 156조6천260억 원 수준인데, 11%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발행사 중 가장 많은 잔량을 보유한 곳이 됐다. 이어 잔량이 가장 많은 한국전력공사가 9조3천1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외 발행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한국가스공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CP·전단채 부담이 극심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8일 기준 한국가스공사 잔량은 4조1천2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1년여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CP·전단채 잔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6월 30일 기준) 5조1천500억 원 수준이었던 CP·전단채 잔량은 3분기 말(9월30일 기준) 잔량이 9조7천650억 원으로 늘어난 후 연말(12월 30일 기준) 15조2천350억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연초에도 발행량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보름여 만에 3조 원이 추가로 늘어난 모습이다.

원료비 동결 등으로 미수금이 급증하자 이를 단기물 조달로 대응한 여파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지난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국내 도시가스 판매 시 산정되는 연료비는 동결되면서 미수금이 급격히 늘었다"며 "이로 인해 단기물 조달 또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연료비 증가에 따른 적자 실적을 채권으로 대응한 것과 달리, 한국가스공사는 단기물 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 수급 부담을 줬던 한국전력공사와 달리 한국가스공사는 CP·전단채 중심의 조달로 전략을 다르게 하는 양상"이라며 "물량이 늘어나면서 다른 공기업 대비 금리 측면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긴 하지만 한전 대비 규모 또한 적을 수밖에 없는 만큼 우려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가능성, 신뢰 뒷받침…돈맥경화발 리스크는 주시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정부 지원 가능성이 높은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아직 조달 리스크 등을 걱정할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CP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수급 부담에서도 비껴가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MMF 순자산총액은 189조4천731억 원으로, 지난해 말 151조5천274억 원 수준을 기록한 후 연초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B 업계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 잔량이 급증하긴 했지만 이에 비해 MMF 규모 등이 워낙 크다 보니 수급적인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전보다 기업 규모가 작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지 않는 요소"라고 말했다.

탄탄한 정부 지원 가능성 역시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 보증채는 아니지만, 준정부기관과 다름없는 만큼 단기물 부담이 상환 가능성 등에 대한 불안감을 주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한국전력공사에도 이런 믿음이 굳건했지만 지난해 막대한 채권 발행으로 시장 전체의 가산금리(스프레드) 부담을 높이는 요소가 됐던 만큼 관련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차환 주기가 짧은 CP·전단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동성 대응력 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어음 등 단기 조달은 장기물 대비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내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단기자금시장부터 경색이 이뤄지기 때문에 만기도래하는 CP·전단채에 대한 차환 리스크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당시 이러한 부담이 현실화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현재 발행한 단기물 모두 연내 만기도래한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시장 이벤트 발생 시 차환 리스크를 곧바로 맞을 수밖에 없다.

C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가능성 등에 힘입어 한국가스공사의 단기물 잔량 증가 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크진 않지만, CP·전단채의 경우 시장 경색 시 차환 불안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이에 대해 "천연가스 판매 대금 입금 스케줄과 자금시장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환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기를 분산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1분기 이후 동절기 천연가스 판매 대금 회수와 동시에 하절기로 접어들며 줄어드는 천연가스 도입 대금이 맞물려 1분기 이후 차입금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와 도시가스 판매 요금 인상 방안도 지속해서 협의 중이라 급격히 증가한 미수금 역시 순차적으로 회수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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