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남승표 기자 =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사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기업들의 조달 분위기가 개선된 것과 달리, 건설사만은 훈풍을 누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건설사가 보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은 여전히 두 자릿수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회사채 차환 역시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사업장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시장성 조달을 활용하는 건설사 대부분이 A급 이하의 비교적 열위한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한계다.

◇건설사 PF 보증물, 고금리 지속…본PF 미전환 우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일 특수목적회사(SPC) 봉명베스트제일차가 발행한 3개월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당일 10.72~13.5% 금리를 형성했다. 이는 코오롱글로벌의 자금보충 의무로 'A3+(sf)' 등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ABCP 사태 이후 건설사 PF 보증물에 대한 외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A1' 증권사 확약물을 중심으로 PF 유동화물 금리가 대폭 안정세를 되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업 불안감 속에서 유통시장에서의 외면도 꾸준하다. 지난달 발행한 케이아이에스인제제일차 ABSTB는 전일 시장에서 15% 금리에 거래됐다. 만기를 두 달여 남긴 것으로, 태영건설의 채무 인수 의무로 'A2(sf)' 등급을 받은 유동화물이었다.

건설사 관련 PF 유동화물 위축이 이어지면서 일부 그룹 계열사는 차입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롯데케미칼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데 이어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천억 원 규모의 펀드 합작으로 대처했다. 태영건설 또한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4천억 원을 차입해 자금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다만 이 역시 차입 비용이 상당한 데다 단기 유동성 확보에 그칠 뿐 남은 우발채무 관련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비 그룹 계열 건설사의 PF 차환 부담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그룹 건설사의 경우 계열 차입 등으로 PF 차환에 대응하면서 유동화물을 굳이 높은 금리의 시장 수준에 맞춰 소화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다"며 "이로 인해 건설사가 보증한 PF 물량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업별로 금리 편차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사업 부실화 현상이 속속 드러나는 점도 부담 요소다. 최근 대우건설은 연대보증을 했던 후순위 브릿지론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 본PF 전환 전 사업에서 발을 뺐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브릿지론 후 본PF 전환이 어려워지는 사업장이 늘면서 건설사들의 사업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왔다. 투자자들이 주시했던 요소가 현실화하면서 건설사들의 조달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건설채 외면도 가시화…시장 훈풍 속 소외

회사채 시장에서의 외면도 여전하다.

올해 첫 건설채 수요예측 주자로 등장한 HL D&I 한라(BBB+)는 지난 3일 투자자 모집에서 모집액 5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4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당초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KDB산업은행이 400억 원을 인수하도록 해 미매각 부담을 줄인 점은 다행이지만 최근 분위기로는 시장에서 500억 원조차 소화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여전히 정책 지원을 활용하지 않으면 건설사 조달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만기 1년물 희망 금리 밴드로 7~9% 수준을 제시했지만, 기관의 환심을 사기엔 쉽지 않았다.

HL D&I 한라 채권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건설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지속됐던 터라 미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었다.

더욱이 비교적 최근에야 일부 A급 기업에 서서히 훈풍이 퍼지고 있는 것과 달리, HL D&I 한라의 경우 더 등급이 낮고 수요층도 다른 BBB급 물량이었다. 각 신용등급 내에서도 업종과 펀더멘탈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완판 가능성은 더욱 희박했다.

건설채 투자 심리 회복 역시 한동안 요원할 전망이다.

한 채권 운용역은 "건설사의 경우 브릿지론이나 일부 사업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곧바로 리스크로 직결되다 보니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여전히 손대지 않고 있다"며 "기관들이 건설채 수요예측 등을 기피하는 데다 기존에 PF를 담았던 연기금 풀 등의 기피도 지속되면서 전반적으로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 등과 함께 채권 전반의 투자 매력이 급상승한 점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AA급에 이어 일부 A급 채권까지도 수요예측에서 풍부한 주문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ABCP 사태와 부동산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 터라 건설사는 이러한 훈풍에서 배제되고 있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차환 리스크 등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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