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초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호조를 연출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의지와 경기침체 가능성 우려에도 주요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상승하고 주요국 시장금리도 하락세다.

연합인포맥스의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번)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미국 나스닥지수는 작년 말과 비교해 11.83% 상승했고 S&P지수도 6.27% 올랐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13.35%), 독일(8.79%), 프랑스(8.46%), 영국(4.92%)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대부분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작년 말보다 각각 10.43%와 13.71% 상승하면서 다른 주요국에 비해 괜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경제 재개방과 경제회복 전망,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미국과 유로존 경기, 연초 우호적인 주식시장 수급, 글로벌 시장금리 하락 등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통화 긴축에도 시중에 유동성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예ㆍ적금상품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자본시장을 기웃거리는 시중자금도 여전히 넘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로 유동성이 대거 몰리고 있다. MMF 설정 잔액은 작년 말 151조5천274억원에서 지난 9일에는 205조7천595억원까지 급증했다. 이 기간에 법인자금 MMF 설정 잔액이 무려 54조4천억원 늘면서 전체 MMF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과 달리 연초 발표되는 각종 거시지표를 보면 실물 경제는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무려 16.6% 쪼그라든 462억7천만달러에 그쳤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도 모자라 감소 폭도 더욱 확대됐다. 또 수출이 감소하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126억9천만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무역수지는 거의 1년째 연속 적자행진이다.





수출 쇼크는 우리나라 수출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기업 실적 부진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2천7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8조8천400억원보다 97% 급감했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셈이다.

올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1일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의 2.0%에서 1.7%로 낮췄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7%에서 2.9%로 올려잡으면서도 한국의 GDP 전망치에 대해서는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 등 일부 투자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실물과 금융시장의 괴리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주가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선제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금융시장의 추세적인 반등을 확신하기에는 거시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연초 금융시장에서 낙관론이 득세하고 금융시장에 온기가 돌지만, 경기 침체와 기업의 실적 악화 등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주가가 작년 10월의 전저점을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현상이 커질수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기대감이나 유동성만으로는 자산 가격도 강세를 지속하긴 어렵다. 당분간은 변동성 장세를 염두에 두고 기업 실적과 같은 경기상황이나 국내외 물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등 자산 가격에 토대가 되는 펀더멘털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하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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