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수십만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황금을 발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의 시대. 당시 골드러시의 승자는 금을 캔 이들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금으로 돈을 번 사람은 극히 일부였고 금을 캐기 위한 장비나 먹거리, 술을 판 사람들이 되려 큰 부를 얻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의 탄생 시기도 이때였다. 잘 찢어지지 않는 작업복이 필요했던 사람들을 위해 천막 천을 소재로 급하게 만들어진 바지. 어찌 보면 리바이스 청바지가 골드러시의 진정한 승자였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등장은 AI 골드러시라 불릴 정도로 파괴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사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작년 11월 무료 공개된 이후 두달 여만에 사용자수(MAU) 1억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MAU가 1억 명에 도달하는데 페이스북은 3년 2개월, 유튜브는 2년 10개월이 걸렸다. 최근 가장 핫하다는 틱톡도 2년 만에야 MAU 1억명을 돌파했다.

 

오픈AI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AI가 주목받았던 것은 수년 전부터지만, 문장이나 이미지 등을 새롭게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 AI'는 더욱 강력하고 폭발적으로 다가왔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검색 기능이 주제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나열돼 이용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과 달리 챗GPT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장 먼저 제공한다. 간단한 질문 몇 개만으로 단 몇 초 만에 글도 만들어내고 시도 짓는다.

챗GPT의 세계적인 열풍에 AI 선두주자임을 자처했던 구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핵심 수입원인 검색 엔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MS는 챗GPT를 장착한 검색 서비스 '빙'(Bing)을 공개하며 구글을 압박했다. 이에 구글은 AI 챗봇 '바드'(Bard)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자사의 웹에 기반해 가장 최신의 고품질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달았지만, 선발 주자로 큰 걸음을 내디딘 챗GPT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 바드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연 행사에서 오답을 내며 경쟁력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한 건물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AI 골드러시의 시대를 맞아 제2의 리바이스를 꿈꾸는 곳도 있다. 반도체 업계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생성형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GPU는 필수적인 장치다. AI 학습에는 순서대로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할 수 있는 GPU가 낫다. 엔비디아는 이미 챗GPT에 1만개 이상의 GPU를 납품한 것으로 전해진다.

GPU와 짝을 이뤄 AI 학습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메모리는 처리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 이외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고성능 메모리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일반 메모리 대비 가성비가 좋지 않아 활용도 역시 낮았다. 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이한 셈이다. 특히 전 세계 메모리 1, 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스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지능형 반도체)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월 자체 개발한 PIM을 대중에 공개했다.

 

 

 

 

 

 

 

 

 

 

삼성, 업계 최초 'UFS 4.0' 제품 개발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챗GPT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현재 침체 상태인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자연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챗GPT의 성공이 AI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것이고, 결국 가장 큰 수혜자는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AI 고도화 작업과 맞물려 구글과 MS 등이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기존 메모리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구글과 MS는 반도체 생산 설비가 없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 골드러시의 출발점인 지금 AI관련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진정한 승자는 반도체 기업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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