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달러 규모, 첫 선순위 달러채…변동성 속 비용절감 부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첫 선순위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에 나서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 기존에 주력했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투자자 이외의 기관으로 저변을 넓힌 것은 물론, 원화 주택저당증권(MBS)보다도 경쟁력 있는 금리로 비용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으나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빠른 판단력으로 무사히 조달을 마쳤다. 로드쇼 단계부터 투자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다 만기 구조 등에서의 전략적인 접근 또한 주효했다는 평가다.

◇선순위채로 확장, 전 세계 돌며 흥행몰이

20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24일(납입일 기준) 13억 달러 규모의 소셜본드(social bond)를 발행한다. 지난 16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총 56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5년과 10년으로 각각 10억 달러, 3억 달러 규모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5년과 10년 각각 동일 만기 규모의 미국 국채 금리에 70bp, 88bp 더한 수준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긴축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으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흥행은 거뜬했다. 아시아에서만 최대 90억 달러에 육박하는 주문이 몰리는 등 유동성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연초 글로벌 기관들의 채권 투자 열풍은 뜨거웠지만, 발행물량은 줄어든 점이 희소성을 높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AA급 국책금융기관이라는 점도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발행 전부터 해외 투자자를 직접 만나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대만과 미국을 직접 방문해 대면 로드쇼를 진행한 것은 물론, 싱가포르 사무소를 통해 역내 기관과의 만남도 이어갔다.

이외 아시아와 유럽 기관과도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에 나섰다. 시장 인지도가 높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같은 국책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해 친숙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부각했다.

듀얼 트랜치(Dual-Tranche) 구조로 북빌딩에도 전략적으로 나섰다. 13억 달러 규모의 빅딜이라는 점을 고려해 두 개의 트랜치로 물량 부담을 줄였다. 만기가 길어 비교적 스프레드가 높을 수밖에 없는 10년물에 일부 물량을 할당해 투자자의 5년물 금리 눈높이를 낮추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 속 판단력 부각…글로벌 활용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이번 흥행은 당시 미국 금리 방향성을 둘러싸고 시장 불안감이 커진 시기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잇따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50bp로 회귀할 것이란 가능성 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금리 인상 등을 둘러싼 매크로 리스크의 경우 단기간 내 분위기가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해 과감히 시장을 찾았다. 당초 지난주와 이번 주 중 북빌딩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당시 글로벌 채권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점을 포착해 서둘러 딜에 나섰다.

이후 국내 채권시장 또한 출렁이면서 이러한 판단력은 더욱 돋보였다. 지난 17일 입찰에 나선 한전채 3년물 금리는 4%대로 돌아왔고 한국주택금융공사 MBS의 경우 20년물이 일부 미매각되기도 했다.

이번 조달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한국물 데뷔 발행사로는 처음으로 13억 달러라는 빅딜 이력을 쓴 것은 물론 금리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스프레드를 최대 42bp 끌어내리면서 동일 등급의 한국물 발행물에 버금가는 수준의 금리를 달성했다. 원화 MBS보다도 낮은 금리로 조달 경쟁력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정책 모기지 확대로 자금 수요가 늘자 글로벌 채권시장을 활용한 조달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첫 스위스프랑 커버드본드와 사모 달러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올해도 호주 달러 커버드본드 등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국책금융기관 지위에 힘입어 스케줄 B(Schedule B) 발행 자격을 갖추고 있어 135일룰 등과 관계없이 딜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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