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문명사적 사건 가운데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2020년 사망자만 미국 118만 명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687만 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기준으로는 사실상 세계 3차 대전이 발생한 것과 다름이 없을 정도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예수 탄생 이전(BC:Before Christ)과 이후(AD:Anno Domini)로 나뉜 것처럼 팬데믹을 겪은 우리 삶의 형태도 코로나19 이전(BC:Before Corona)과 이후(AD:After Disease)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화정책도 코로나19 이전(BC)과 이후(AD)로 나뉠 것

글로벌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적 논거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결과물이 속속 경제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가계와 관련된 경제지표가 대표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를 425bp 올렸지만, 가계의 구매력은 훼손되지 않았다.

지난 1월 미국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3.0% 늘어난 6천97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9%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021년 3월 11.2% 증가한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말 인플레이션이 3.1%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실제 1월 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소득은 전년 대비 4.4% 증가해 잠재적으로 소득이 인플레 증가율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월가는 ▲강력한 고용시장 ▲사회보장 혜택 급증 ▲팬데믹 우려 감소 등이 가계의 구매력을 뒷받침한 결과로 풀이했다.

가계의 강력한 구매력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아니라 착륙도 하지 않는 경기 호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까지 월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높은 금리 수준이 가계의 구매력과 소비를 구축할 것이라는 기존의 경제학적 통설을 뒤집는 결과다.

◇MMT는 반쪽짜리로 판명…일본이 그 방증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준 등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은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까지 매수하는 등 사실상 재정 당국의 역할에 치중했다. 특히 연준은 재난 지원금을 사실상 가계에도 지급했다. 정부가 가계에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해 대규모로 발행한 미국 국채 전량을 연준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MMT(Modern Monetary Theory:현대통화이론)는 반쪽짜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이 MMT의 정책 권고를 앞다퉈 받아들였지만, 역대급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MMT는 국가가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도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원칙은 무시된다. MMT는 1970년대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워런 모슬러가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 랜덜 레이 미주리대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이 있다.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재정 당국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통화를 엄청난 양으로 쏟아냈고 결과는 과거 수십 년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물가 상승 압박으로 돌아왔다.

이자율이 충분히 낮다면 정부가 계속해서 적자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라는 MMT 전도사 랜덜 레이 교수의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행(BOJ)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수준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250%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랜덜 레이 교수는 저서 '균형재정론은 틀렸다(사진)'를 통해 화폐는 조세를 징수할 수 있는 정부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더 발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이자율이 충분히 낮다면 정부가 계속해서 적자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자율만 성장률보다 낮추면 부채비율의 폭발적 증가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MMT 이론을 사실상 가장 먼저 도입했던 일본은행(BOJ)도 총재 교체를 계기로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의 백지화 또는 현실화를 통해 MMT 이론의 용도 폐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