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회사채 주관 책임론 일어…반복되는 출혈 경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을 받는 GS건설 발행물 주관사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NH투자증권 역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NH투자증권의 시장 왜곡 비판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DCM 선두를 겨냥한 공격적인 영업 기조 속에서 시장 가격 왜곡은 물론 수수료 출혈 경쟁 등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장 눈높이 외면한 GS건설…NH證 책임론 확대

2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내달(납입일 기준) 2일 2천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둔 GS건설이 수요예측 결과를 무시한 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GS건설은 물론 주관사인 NH투자증권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22일 진행한 회사채(2년물) 수요예측에서 2천190억 원의 주문을 모았다. 모집액인 1천500억 원 기준으로 형성된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민평금리보다 140bp 높은 수준이었다.

GS건설은 발행 스프레드를 모집액 기준인 140bp로 택하되, 조달 규모는 2천500억 원으로 늘렸다. NH투자증권이 1천억 원을 추가로 인수하는 구조다.

당시 수요예측에 140bp를 초과한 금리로 주문을 적어낸 기관은 5곳이었다. 이들의 참여 물량은 전체 주문의 27.9%에 해당하는 6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GS건설이 140bp로 스프레드를 결정하면서 이들의 참여는 배제됐다.

수요예측 제도는 지난 2012년 회사채 시장의 가격 적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공개 입찰로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으로 조달에 나서라는 취지였다.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의 수수료 녹이기 관행 등이 팽배했던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GS건설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시장과 발행사 간 가교 구실을 하는 주관사 NH투자증권의 행보에도 우려가 나온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발행사의 갑질 등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주관사의 선택지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는 수요예측 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주관사의 경우 시장 질서 확립 등에 대한 책임도 상당한 만큼 발행사의 무리한 요구 등을 제재했어야 하지만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비판…선두 경쟁 속 무리수 속출

NH투자증권과 GS건설 무리수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9년 6년 만의 공사채 복귀전에 나선 GS건설은 당시 NH투자증권은 단독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수수료율을 7bp로 설정해 원성을 샀다. 당시 NH투자증권이 저가 입찰을 주도해 출혈 경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통상 회사채 수수료율은 20bp 안팎으로, 한 자릿수 수수료율은 흔치 않다. 이후 GS건설은 수수료율을 10~30bp 수준으로 끌어올리긴 했으나 2021년 쌍용C&E 등이 8bp 요율을 책정하는 등 시장 왜곡의 기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이례적 행보는 2018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증권업계 최초의 IB 출신 CEO로 정영채 사장이 등극한 후 DCM 1위 탈환을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여파다.

2018년에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 회사채 발행 주관사단으로 참여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두 채권 스프레드를 국고채 대비 1bp 높게 설정해 회사채 실적을 높이기 위해 손실까지 감수하며 금리 경쟁에 나섰다는 우려를 샀다. 당시 이들 채권의 시장 가격은 국고채 대비 20bp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연합인포맥스 '인수/주관 통합(화면번호 8450)'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채권(은행채 제외) 주관 실적 기준 리그테이블 2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4위권에 머물렀던 데서 한발 나아간 결과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 간 경쟁 속에서 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했던 수요예측 제도의 본질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이젠 가격 결정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등 NH투자증권의 행보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우려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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