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사장)이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에 합류하기로 했다.

한진칼에서 ㈜한진으로 둥지를 옮긴 지 2년 반 만이다. 조 사장 스스로가 자신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고 능력이 검증됐다고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책임경영' 언급·자사주 매입…이사회 합류 '시그널'

㈜한진은 이달 23일 개최하는 주총에 조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8일 공시했다.

그의 등기임원 등재는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이다.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로서 2020년 9월 ㈜한진에 마케팅 총괄 전무로 왔을 때부터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 9.79%를 매입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1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한 안건들이 부결되긴 했지만 ㈜한진으로선 '2대주주'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백일몽' 제작 배경 설명하는 조현민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사장은 2022년 1월 사장으로 승진을 했다. 부사장을 단 지 1년 만이다. 이때도 이사회 합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조 사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게 먼저라는 얘기였다.

기류가 살짝 달라진 건 작년 말이다. 이때부터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12월 관련 질문을 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책임 영역에 관한 문제도 있다"며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인정'을 중시하면서도 처음으로 책임경영을 언급했다.

이후 시장에 '힌트'를 주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책임경영 강화를 이유로 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를 두고 이사회 진입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전까진 조 사장이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었다.

당시 ㈜한진 측은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 표출과 책임경영 강화,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계열사 경영 참여 불가, 낯선 물류업도 이젠 '자신감'

그간의 행보를 고려할 때 이번에 조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가 된 건 스스로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 본인이 자신의 능력이 검증됐고 인정받았다고 본다는 의미다. ㈜한진에 잘 뿌리 내려 자신감이 붙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는 조 사장 개인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사실 그가 ㈜한진에 온 건 자의보다 '타의' 성격이 강했다. 항공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그룹이 2020년 말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체결한 협약에 조 사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갑질 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며 경영진 윤리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조 사장은 겸직 중이던 지주사 한진칼과 항공·여행 정보 제공업체 토파스여행정보에서 사임했다.

㈜한진 발령은 물류와 접점이 없던 조 사장에겐 도전이기도 했다. 새롭고 낯선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한진그룹의 항공 계열사에 주로 몸을 담았다.

그렇기에 등기임원 선임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조 사장은 ㈜한진에서 글로벌 물류와 ESG경영 강화, 신사업 등에 적극 드라이브를 거는 등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모바일 게임과 웹툰, 단편영화 등을 제작·출시해 물류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앞장섰다.

㈜한진 이사회는 "조 후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물류 사업과 다양한 물류 트렌드를 접목해 산지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기프트카드, 국내 패션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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