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IB업계 간담회 개최…업계 "옳고 그름 떠난 명확한 기준 필요"
금리 왜곡·발행사 갑질 우려 vs 문제없는 관행, 주관사 역차별 안 돼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회사채 공모 시장의 수요예측 제도를 들여다보자 시장에선 다양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운용의 묘가 큰 현재의 제도 체제 아래서 각각의 시장 참여자들이 자의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거래에 뛰어들면서 시장 금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지만, 반대편에선 시장의 논리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맞선다.

그 바탕에는 발행어음이란 무기를 쥔 증권사를 향한 부러움과 시샘도 공존하는 모양새다. 꼬리표가 없는 자본을 활용한 대형 IB 간 치열해진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주관사와 투자자 사이…모호한 정체성의 경계

9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그리고 국내 증권사들과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와 시장의 관행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이 대표로 참석한다. (연합인포맥스가 7일 단독 송고한 '건설사 회사채 수요예측이 또…금융당국, 칼 뺐다' 제하의 기사 참고)

간담회를 앞두고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가장 큰 쟁점은 회사채 공모시장에서 발행 주관사가 수요예측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데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의 주관사는 자기 계산을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발행사의 채권 가운데 주관사가 인수하지 않는 트랜치 물량을 두고 논란이 잦다. 증권사마다 트랜치를 기준으로 같은 채권으로 분류하기도, 서로 다른 채권으로 분류하기도 해서다.

만약 다른 트랜치의 채권을 동일 채권으로 해석한다면 주관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지만, 다른 채권으로 해석하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통법 시행 이후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며 "증권사마다 해석이 다르고, 외부 로펌의 의견을 받는 곳도 있어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로 둔갑한 주관사…발행사 우위 시장이 만든 갑질

최근 GS건설 회사채 사태를 두고 시장에선 IB 업계의 공격적인 영업 기조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과 발행어음 등 자본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발행사에 자사 고유 자금을 활용해 채권 입찰을 약속하고, 주관사 지위를 얻는 일종의 '맞바꾸기'가 성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초 이후 회사채가 강세로 발행되는 '발행사 우위 시장'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극대화됐다.

지난달 20일 현대건설(AA-)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주관사단은 자사 채권상품부를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받아 갔다. 이외 다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주관사단은 운용, 리테일 등 채권 부서를 통해 물량을 받아 갔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가 증권사에 입찰 참가를 압박하고, 경쟁시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발행사 갑질이 시장의 새로운 관행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무기로 쥔 대형 IB가 이런 방식의 영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연초 스프레드가 벌어졌을 때는 회사채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고, 리테일 채권도 잘 나가다 보니 대다수에서 수요예측에서 이런 모습이 잦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정 시장 주체의 우위를 정의하기엔 시장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발행되는 물량을 보면 언더 발행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 우위라고 말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GS건설만 해도 140bp에서 금리가 책정됐다. 사실상 누가 우위겠느냐"고 해석했다.

◇금리 ·차이니즈월 왜곡 vs 시장가격 문제없어

하지만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는 주관사가 운용, 발행어음 등 고유 자금을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가격의 왜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발행사의 입맛에 따라 초저금리로 입찰해 물량을 받아 가는 과정에서 차이니즈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차이니즈월에 따라 운용부서와 영업부서가 분리돼 있지만, 엄격하게 지켜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물론 발행사의 정보는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주관사의 참여로 투자자들이 원하는 물량을 받아 가지 못하는 경우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차이니즈월을 내세워 주관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격은 시장 경쟁에 따라 정해지고, 증권사의 운용 부서 관점에서는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차이니즈월이 잘 지켜진다고 보면, 금리는 투자자의 경쟁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DCM 영업을 잘해서 우수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 운용 부서라면 참여 기회를 뺏기는 것만으로 역차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며 "다만 시장 질서를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 증권사별로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내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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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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