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40bp나 밑도는 국고채 3년물 금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정책금리는 물론 2년만기 국채금리보다 100bp 이상 낮은 10년만기 미국 국채금리, 미국 정책금리보다 125bp 낮은 한은 기준금리.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나 장단기금리 역전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는 금리 역전 폭은 지난 수십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금융시장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들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에서 중장기영역 국고채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시기와 겹친다.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25bp 인상했다. 그러나 금통위가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장에서는 오히려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커졌다.

한은이 미국 연준보다 앞서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300bp나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이만하면 됐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암시한 영향도 컸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부처와 정치권에서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시장참가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은이 그동안 보여준 통화 긴축에 대해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서서히 발을 빼고 싶어도 국내 요인만 고려하면서 금리 동결 기조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중앙은행으로 통하는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추가적인 통화 긴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작년 3월부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기준금리를 450bp나 올렸다. 그런데도 파월 의장은 '아직은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기조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도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2월의 '베이비스텝(25bp)'을 다시 '빅스텝(50bp)'으로 옮겨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폭의 확대되면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지난 2월초 1,216원까지 낮아졌으나 연준의 2월 금리 인상을 계기로 100원 가까이 올랐다. 최근에는 1,320원대로 올라서면서 '킹달러'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 달러 자금 사정을 대변해주는 '스와프베이시스(금리스와프-통화스와프)'도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과거처럼 환율 상승과 수출 증가의 등식이 깨진 상황에서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은 대외건전성에 적신호로 해석될 뿐 아니라 한은이 잡아야 하는 물가에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 가계부채와 경기 부진 등을 감안하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하지만 연준의 계속된 긴축 행보나 환율과 물가 흐름 등을 고려하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경제 여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한은이 연준이 추구하는 통화정책을 단순하게 추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통화정책이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해외요인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창용 총재도 파월 의장과 일정부분 페이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바야흐로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지만 바람이 쉬 그칠지 의문이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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