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4일 서울 채권시장은 미국 은행 시스템 우려에 가파른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전일 미 2년 국채금리는 60.99bp 급락했다. 10년물도 12.84bp 하락했다. 미 국채 2년물의 하락세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지난 3거래일간 낙폭은 108.54bp로 1987년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가장 크다.

올해 3.11%(2월3일)까지 갔었던 국고 3년 금리의 하락 룸도 크게 열려 있다.

장중 가장 크게 고려할 요인은 미 국채 금리와 환율이다. 달러화 약세가 심화할수록 서울 채권시장의 강세 압력도 강해지는 모양새다.

달러화 약세를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와닿는 것은 그간 강세를 이끌었던 긴축 가속화 우려의 소멸이지만, 미국 은행 시스템 위기에 달러화 신뢰가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 등은 연준 순자산이 마이너스(-) 1조1천억달러라며 실리콘밸리뱅크(SVB)와 비슷한 미스매치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직 먼 얘기지만 연준에 대한 신뢰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날 예정된 국고 2년 입찰(1조8천억원)도 장중 고려할 요인이다. 언제 매도헤지를 하는 것이 유리할지 판단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일엔 오전에 강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했지만, 오후부터 걷잡을 수 없이 강해졌다.

결과적으로 비경쟁인수 옵션을 손에 쥔 기관들은 금리 하락에 꽤 괜찮은 수익을 확보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날 입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SVB 사태가 터진 타이밍은 절묘하다. 이번 주는 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고,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당초엔 50bp 인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연준의 결기가 분위기를 이끌 것으로 봤지만, 현 상황에서는 영란은행(BOE) 사례가 더욱 부각될 듯하다.

영국은 작년 후반기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연기금 손실 확대로 금융 시스템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에서 현재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금리 급등을 촉발한 트리거가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였다는 점은 다르지만 금융시스템이 금리 급등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먼저 시사한 셈이다.

BOE는 금융안정에 나서면서도 금리인상 행보는 지속했다. 연준도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보단 베이비스텝을 이어갈 가능성 크다고 보는 배경이다.

다만 BOE의 매파성 약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BOE가 오는 23일 회의에서 25bp를 올리고 이후엔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영국의 인플레이션 수준(10.1%)에 비하면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에 힘이 실린 셈이다.

최근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의 연설 등이 도비시하게 해석된 영향이다. 베일리 총재는 지난 1일 연설에서 그간 긴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OE는 앞서 인플레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BOE의 매파성을 약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연준의 행보와 관련해서 주시할 부분이다.

연준은 그간 인플레 대응 차원에서 제시했던 논리에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상황은 좋지 않아보인다. 전일 콘퍼런스보드가 공개한 고용추세지수는 118.29로, 전월보다 상승했다.

미국 물가 관련 '족집게'로 통하는 클리블랜드연은은 2월 근원 CPI가 전월대비로 0.4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1월과 같은 수준이다. 2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대비 0.54% 상승해 1월(0.27%)보다 오름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봤다.

WSJ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헤드라인, 전월대비 0.4% 상승)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 밤 1,294.00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9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01.80원) 대비 4.90원 내린 셈이다.(금융시장부 기자)

클리블랜드 연은 인플레이션 전망
클리블랜드 연은


hwroh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5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