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 3월10일 금요일, 하이브는 내부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주식에 대한 추가 공개매수 의지를 다졌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투자은행(IB) 업계를 돌면서 에스엠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였다. 당일 긴급 이사회 개최 방안까지 마련했다.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다가오는 월요일 공개매수 확정 공시를 하고 실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2. 같은 날 오후, 하이브 내부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카카오측에서 전격 협상 제안이 들어오면서다. 일단 당일 예정됐던 이사회를 주말로 미뤘다. 카카오와 협상 결과에 따라 언제든 추가 공개매수 카드는 꺼내 들 태세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카카오측 입장은 확고부동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그 이상의 가격에서 추가 매수에 나서겠단 입장을 전했다.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가지더라도 하이브와는 전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도 제시했다.

#3. 3월11일 토요일, 하이브측은 고심에 빠졌다. 카카오의 항전 의지가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에스엠 주식 2차 공개매수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의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2차 공개매수에 이어 추가 매수에 나선다면 그때부턴 수조원 규모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국면이다. 방시혁 의장의 결단만 남았다.

#4. 3월12일 일요일. 하이브와 카카오는 각자 보도자료를 내고 에스엠 인수전이 일단락됐음을 알렸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경쟁이 격화하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에스엠 인수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대신 카카오와의 플랫폼 관련 협력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측은 "하이브의 엠스엠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난 7일 시작한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오는 26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 달여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에스엠 경영권 쟁탈전이 사실상 종결되는 순간이었다.


SM 인수전 타결…카카오는 경영권·하이브는 플랫폼 협력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IB업계에서 전한 지난 주말의 막전막후 이야기다. 자본시장의 머니게임은 노름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이 많은 자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카카오가 하이브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자금력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하이브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선 자금력이 남부럽지 않지만, IT 공룡 카카오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카카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4조7천억원. 하이브(약 9천억원)의 다섯 배 수준이다. 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조1천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였다.

하이브 역시 외국계은행과 국내 대형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카카오의 계속되는 '돈질' 압박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에스엠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플랫폼 협업이란 실리를 택했다. 하이브는 이미 세계 최대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 소속뿐 아니라 블랙핑크 등 YG엔터텐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담고 있는 플랫폼으로, 에스엠 소속까지 합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카카오의 간절함이 가져온 승리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거듭된 상장 실패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엔터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큰 것으로 진해진다.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에스엠 인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인이지만, 카카오 자회사들의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 카카오엔터의 IPO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카카오엔터의 에스엠을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에스엠 인수전은 일단 카카오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의 에스엠 주식 장중 매집행위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심사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털 음원 유통서비스인 멜론이 카카오엔터의 소유라는 점도 공정위 심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