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국회가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에 시동을 걸었지만 재정준칙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 재정건전성 확대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야당은 대내외 경제 여건 등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며 맞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하고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청회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 시점에 재정준칙을 시급하게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재정준칙이 왜 필요한 가에 대한 이유가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며 "지금 우리나라 재정은 균형재정, 신용평가도 우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긍정성이 확인돼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정건전성 강화인데 모든 지표가 좋아지는데 왜 준칙을 도입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지금 정부가 다른 나라도 하니깐 우리나라도 한다는 논리인데, 이것처럼 의미없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태년 의원도 "한국형 재정준칙이 2025년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는데 새 정부 들어와서 아주 급하게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서 당장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 근거는 방만한 재정으로 나랏빚이 늘었다는 인식 때문인데 당장 시행해야 할 만큼 시급성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준칙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은 "지금 국가채무가 계속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일정 조치를 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며 "현금주의적 재정준칙이라는 것은 세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문제 등인데 재정준칙을 어떤 선에서 정하고 추후 보완하는 것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도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6조원이 늘었다"며 "다른 나라들도 다 똑같이 늘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주요국들과 비교해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었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하다못해 개인과 가정도 소비, 지출액에 제한을 두는데 국가에서 이런 것을 안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진술인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재정준칙 도입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별로 없다"며 "재정학자 입장에서 재정준칙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고령화에 따라 국가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고 최근 재정적자가 만성화 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는 국가채무 기회비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변화된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해야하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재정준칙을 기계적으로 준수하다 보면 결국은 사회정책과 복지재정을 최우선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 재정준칙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리의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인 반면,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으로, 이 상황에서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췄을 때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sg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