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력다해 막을 것" 반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국민의힘이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4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곡관리법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21대 국회 내내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여러 차례 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며 "이번에 국민의힘과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한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건데 폐해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더 많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고 이에 따라 재정을 점점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과잉 생산될 쌀이 쌓이면 정부는 수년이 지나서 거의 헐값에 내다 버려야 한다"며 "막대한 국민 세금을 그냥 버리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쌀 생산이 대폭 증가하면 자연히 다른 곡물의 다양성이 축소되기 때문에 식량 안보도 취약해진다"며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농업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자신들이 여당일 때도 처리 안한 법안을 이제와서 이렇게 무리하게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는 일부 농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와 윤석열 정부가 농민을 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그간 당정은 이 법안의 폐단과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기 위해 노력했고, 농민 단체들과 다각도로 접촉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폐단을 막고 국민들과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헌법상 남아있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도록 간곡하게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한덕수 국무총리도 과다한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정책에 대해선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총리는 "야당이 민생경제와 직결된 법안을 여야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처리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농업계의 많은 전문가들도 양곡법 개정안이 공급과잉 문제를 심화시켜 쌀 가격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고 궁극적으로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국회가 양곡관리법처럼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 법안을 여야간 충분한 협의 없이 단독 처리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과다한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등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되는 정책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여당의 지원을 요청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넘게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수매조항이 포함됐다.

이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이후 이날 열린 당정협의회는 양곡관리법에 대한 의견 수렴과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요청드린다고 밝힌 데다, 한 총리가 당정협의 후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건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내놓을 예정이라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과 함께 재의결을 통해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했는데 이것은 명백하게 국민을 호도하고 앞으로 식량안보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거부권이 행사돼 양곡관리법이) 재의결을 통해 국민과 농민과 함께 총력을 다해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나 쌀 과잉구조가 더 심화될 것이란 정부여당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난다며 거짓 주장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지수가 OECD 38개 회원국 중 32위로 꼴찌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은 농업 예산 비중을 2010년 5%에서 2023년 2.7%로 축소했다"며 "올해 쌀 생산 조정 예산으로 당초 720억 원을 편성하는 등 연 1천억 원을 쓰는 것도 주저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여당 의원도 비판하는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 12인은 4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 66.5%가 찬성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민심을 받들어 즉시 공포하고,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 잘못된 분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즉시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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