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75% 확정, 7년 만기
신주 미발행으로 지분가치 희석 無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있나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별안간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주총 의장을 맡은 그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라는 점을 고려한 듯했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주총에서 물어봐야 하는 질문 같다"면서도 "전혀 계획이 없다. 현재로선 유증보단 매출 급감에 대한 현금흐름 관리(캐시플로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질문을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엔 반도체 혹한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SK스퀘어 제2기 정기 주주총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말 차입금 23조, 이자 비용만 5천억

그로부터 이틀(영업일 기준) 뒤인 3일 SK하이닉스는 2조2천4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결정했다. 2023년 한해를 무사히 보낼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다.

방식으론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택했다. EB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 경과 후 발행회사가 보유 중인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사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11일 17억 달러(2조2천377억 원) 규모의 외화 해외 EB를 발행한다. 교환 대상은 SK하이닉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 2천12만6천911주로 발행주식총수의 2.8%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연 1.75%로 결정됐다. 만기는 7년(2030년 4월11일)이지만 콜옵션과 풋옵션 조건이 모두 포함돼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활용한 저금리 조건에 매력을 느껴 EB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이 5천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은 22조9천946억 원으로 2021년 말 17조6천238억 원 대비 5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분기보고서 공개 전이지만 올해 더 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입금이 늘면 자연히 금융비용 부담도 커진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이자 비용은 5천331억 원으로 직전 해(2천600억 원)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대 저금리 고려, 선제적 유동성 확보

EB는 투자자들이 주식 교환을 통한 차익 시현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목적과 주가 흐름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메자닌 중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편이다.

통상 상장사가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EB 발행 시 1~2% 내외의 저금리 조달이 가능하다. 주가 상승기엔 제로금리(표면금리 0%)로 EB를 발행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EB 발행을 통해 기존 차입금을 저금리로 차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위험도가 낮다"며 "1%대 저금리로 조달이 가능하고 차입금 부담 감소에도 도움이 돼 EB 발행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EB는 유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과 달리 신주 발행이 없어 지분가치 희석 우려도 없다. 기업의 조달 옵션 중 주주(투자자) 친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입장에선 지배력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밖에 유증 대비 절차가 간단하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특징도 있다. 기존 주주 등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싸고 좋은 조건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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